재난의 시대, 우린 잘 살아남아 있나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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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사진=영화사 집,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발달한 기술과 문명만큼 복잡성을 더한 사회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 원인불명의 재난에 닥칠지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산다. 갑작스럽게 재난 한가운데 놓여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지 모른다. 영화 '#살아있다'는 재난의 시대,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운다.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영화는 디지털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 준우(유아인)가 영문도 모른 채 재난에 맞닥뜨린 모습으로 시작한다. '외출 자제' '타인과 접촉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긴급재난문자를 받은 후에야 어렴풋이 자신에게 닥친 위협을 인지한다. 이후는 처절한 생존의 시간이다. 준우에게서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이 영화는 생존자들이 지닌 불안과 공포, 긴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집'이라는 공간을 주요하게 그려낸다. '#살아있다'의 주 무대는 아파트다. 개방형 복도식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준우와 유빈(박신혜)은 살아남아야 한다. 안전한 듯하지만 창문 밖 복도를 지나가는 감염자들의 모습과 소리가 선명하다.

특히 안락함과 편안함을 제공해야 할 공간이 감염자들에 둘러싸여 점차 나의 정신과 생명을 죄어올 때의 숨 막힘, 고립감은 상당하다. 준우가 맞닥뜨린 상황에서 준우네 집 안에 걸린 편액 속 '평강' '안녕' 등의 글귀가 언뜻언뜻 비칠 때마다 공간과 현실의 아이러니는 극대화한다.

재밌는 지점 중 하나는 영화가 좀비처럼 보이는 이들을 '좀비'라고 직접적으로 부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 내지 '원인불명의 존재'라고 부르며, 영화에서 그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생존 스릴러인 '#살아있다'가 언제 어디서 우리에게 닥쳐올지 모르는 현대의 '재난 상황'을 좀비처럼 보이는 원인불명의 존재들을 통해 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 원인불명의 재난을 맞이할지 모르고, 어느 순간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그런 우리에게 영화는 '살아있다'는 게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며, 살아남은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위로할 수 있을지 묻는다.

(사진=영화사 집,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리고 또 하나, '산다는 것'과 '살아남는 것'이라는 개념이 개인의 생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준우는 가족사진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쪽지를 붙여놓고 종종 이를 들여다보며 생존에 대한 의지를 일깨운다. 그런 준우가 가족들의 비보를 알게 되면서 생존은 물론 삶에 대한 의지까지 잃게 된다. 소중한 사람, 관계가 사라진 후 '나'만 살아남는다는 것이 생존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런 준우에게 다시금 삶의 의지를 일깨운 존재는 또 다른 생존자 유빈이다.

'살아있다'는 건 결국 혼자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형성되는 관계 안에서 비로소 '살아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인터넷과 전화가 끊기면서 절망을 느낀 것도 사실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홀로 남았다는 데서 오는 고립과 공포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이 제목을 '얼론(Alone)'에서 '#살아있다'라는 보다 폭넓은 의미로 바꿨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기존 재난 영화가 전체적인 재난 상황과 공포, 재난 그 자체가 가진 위험성을 그렸다면 '#살아있다'는 이보다는 재난에 처한 인간, 그중에서도 재난의 한 가운데 고립된 개인에게 주목한다.

카메라가 재난을 마주한 준우와 유빈에게 집중하는 동안 관객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 만약 내가 준우 혹은 유빈과 같은 상황에 부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고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 등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중간중간 재난 상황 중에도 이에 어울리지 않게 여전히 광고가 나오는 TV 화면, 심신 안정 호흡법을 알려주는 방송 화면은 미디어에 대한 조그마한 우화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98분의 러닝타임을 이끌어가는 건 사실상 유아인과 박신혜 두 배우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고 오롯이 준우와 유빈에게 초점을 맞춘다. 고립된 생존자가 갖는 혼란과 공포, 두려움 등 감정과 그 변화를 깊이 있게 만날 수 있고, 이를 그려낸 두 배우의 연기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생존 방식이다. 각종 기기에 능한 준우와 이후 등장할 유빈을 통해 '엑시트'와는 또 다르게 디지털 시대, 디지털 세대가 재난을 헤쳐나가는 생존법을 배울 수 있다.

6월 24일 개봉, 98분 상영, 15세 관람가.
(사진=영화사 집,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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