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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지란' 볼턴 폭로전,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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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하게 드러난 트럼프 외교 민낯…北에는 뜻밖의 반격카드
美, 판문점 회담 참석도 견제…역설적으로 文정부의 악전고투 반증
전문가 "북한도 문재인 정부 역할 재인식하는 계기 될 것"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연합뉴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의 폭로성 회고록이 미국 조야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초강경 매파로 북한과 오랜 악연을 이어온 볼턴은 '하노이 노딜'에 깊이 개입한데 이어 남북 긴장이 격화된 현 시점에도 또 다시 민감한 변수로 떠올랐다.

◇ 적나라하게 드러난 트럼프 외교 민낯…北에는 뜻밖의 대미 압박카드

볼턴 회고록은 자신을 해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흠집 내려는 해코지 성격이 짙다. 그렇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치적으로 삼아온 북미대화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가 단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사정 때문이었다는 속설이 볼턴에 의해 사실상 정설로 확인된 게 대표적이다.

미국 백악관을 배경으로 18일(현지시간) 촬영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표지.(사진=연합뉴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비리를 폭로한 옛 개인 변호사의 청문회를 시청하느라 밤을 새웠고, 회담 자체보다는 스몰딜과 노딜 중 뭐가 더 기삿거리가 될지가 관심이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거짓말쟁이'라 비난했고 "신뢰 구축은 허튼소리"라는 이중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볼턴 이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극도의 배신감을 느껴온 북한으로선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뜻밖에 반격 카드가 생긴 셈이다.

회고록의 폭로 내용은 차치하고 국가 간 내밀한 외교협상이 낱낱이 공개된 것 자체만 해도 미국을 몰아붙일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의 역할을 분리하는 전략적 판단을 할 수도 있다. 그나마 톱다운 대응했던 트럼프와 '훼방꾼' 볼턴을 도매금으로 한데 묶기보다는 분리 대응하는 게 실익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다 갈수록 예측불허인 미국 대선 판도와 당락에 따른 유불리까지 감안하면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따라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회고록 공식 출간 이후 미국 내 상황을 충분히 지켜본 뒤 공세 수위를 높여나갈 가능성이 다소 높아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남이 이루어진 지난해 6월 3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美, 판문점 회담 참석도 견제…역설적으로 文정부의 악전고투 반증

반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이 작동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북한을 자극할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볼턴 회고록은 오히려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물밑 악전고투를 생생히 증언한다.

볼턴 스스로가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을 "조현병 같은 생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는 것은 '한신의 굴욕'을 감내했을 문 대통령의 고충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엄연히 우리 영토인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열리는 남북미 3자회동에 참석하는 것을 놓고도 백악관 참모들의 견제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전달한 과정에 일종의 속임수가 있었다는 볼턴의 주장도 역설적으로 한국의 능동적 역할을 증명한다.

볼턴은 이를 "어처구니없는 짓(fandango)"이라며 북미외교 결과를 "한국의 창조물(Korea's creation)"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부가 어떻게든 북미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진력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오른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전문가 "북한도 문재인 정부 역할 재인식하는 계기 될 것"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한국이 미국 설득에 실패했고 북미관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문재인 정부의 역할과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정황이 회고록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예컨대 타결 직전의 하노이 회담이 깨진 결정적 이유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과 백악관 참모들의 막판 방해공작 때문이었다.

이는 볼턴이 자랑스럽게 증언하는 내용이다. 결국 협상 결렬은 결국 일종의 불가항력적 결과였던 셈이다.

볼턴 회고록이 개인의 일방적 주장으로서 실제 사실과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정부의 줄기찬 노력에 대해 일관성 있게 기술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로부터 속았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북미대화의 성과를 내기 위해 때로는 창조적 아이디어도 내고, 때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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