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숙명여고 쌍둥이의 필사적인 법정싸움…'직접 질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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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우리가 모르는 성적상승 경우 있어…쌍둥이 억울할 수도"
검사 "있어도 쌍둥이 '같은' 성적상승은 불가능"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주]

2020.6.17. '숙명여고 문제유출' 증인 사회문화 교사 진술 中

재판장 : "혹시 증인신문에서 보충해서 말할 게 있으면 해주세요"

증인 : "(중략) 강남 한복판에 있는 학교에서 이런 성적상승은 있을 수 없다고 교사들도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사실 조회를 해보니 우리 생각과 다른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혹시나 (쌍둥이 자매가) 지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다는 부분은 그 생각은 조금 있는데 그런 일 없도록 재판부가 잘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16일 열린 '숙명여고 문제유출' 쌍둥이 자매의 공판에서 재판부가 증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그는 "쌍둥이가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아버지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인 현모씨와 공모해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혹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들은 아버지 현씨의 재판에서 이미 유죄의 증거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김씨는 왜 자매들이 억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걸까요?

사실 이 재판에서 자매는 궁지에 몰린 상황입니다. 이들은 "오로지 공부를 열심히 한 대가"이라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정작 같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현씨는 자매의 1심 재판 도중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자매가 '노력'이라는 주장하는 성적향상 과정을 법원은 이미 '부정행위'로 판단을 내린 셈입니다.

이같은 불리한 상황 속에 자매 측이 자신들의 방어 논리를 위해 증인으로 신청한 사람이 바로 숙명여고 사회문화 과목 담당 교사 김씨입니다. 그는 의혹이 불거진 후 숙명여고 학생들의 성적분포 정리 업무를 담당했으며 아버지 현씨 재판에도 증인으로 서기도 했습니다.

2020.6.17. '숙명여고 문제유출' 증인 사회문화 교사 진술 中

변호인 : "다른 학교보다 숙명여고 성적이 급상승한 사례가 많이 확인되는 거 맞죠?"

증인 : "네 개별 학교별로 따지면 저희 학교는 총 5건 정도"

변호인 : "자료 확인 전에 성적 급상승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증인 : "저 포함 다른 교사들도 이렇게 많이 오르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죠. 저도 자료를 조회해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관련 압수물에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에 해당 시험 문제의 정답이 순서대로 적혀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씨는 이날 실제로 자매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볼 만한 진술들을 많이 했습니다.

우선 그는 자신이 숙명여고 학생들의 성적들을 살펴본 결과, 실제로 통상적이지 않은 수준의 성적향상이 존재한다고 증언합니다. 구체적으로 2017년 1학년 2학기에는 전교 249등이었던 학생이 다음 학기인 2018년 2학년 1학기에는 전교 4등이 된 경우도 있고 또다른 학생은 전교 228등에서 1년 만에 5등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즉 '문제유출' 의혹의 시발점이 된 성적급상승이 꼭 자매 만의 경우는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2020.6.17. '숙명여고 문제유출' 증인 사회문화 교사 진술 中

변호인 : "내신과 모의고사의 석차나 점수 차이가 큰 학생이 실제로 있습니까?"

증인 : "그것도 지난 재판에서 사실조회 요청 받은 사안인데 확인해보니 그런 사례가 꽤 있습니다. 내신 5등 이내에 드는 학생이 모의고사에서 33%밖에 드는 경우를 조회했는데 회신한 것 처럼 사례가 있습니다"

변호인 : "증인이 정리한 자료에 의하면 내신 석차가 전교 5등 이내인 학생 중 국어성적 석차는 222등이거나 수학 225등인 사례들도 확인되죠?

증인 : "네"

김씨는 자매의 문제유출 의혹을 불붙였던 또다른 정황인 '모의고사와 내신 성적 간 큰 격차'에 대해서도 아주 없는 일은 아니라며 내신은 5등인데도 모의고사 일부 과목 성적은 200등 밖을 기록한 숙명여고 학생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정리하면 김씨는 학생들의 성적을 살펴본 결과 이례적인 '성적급상승'이나 '모의고사-내신 간 성적차이' 케이스를 목격했다고 증언합니다. 그가 쌍둥이 자매가 억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도 혹시나 자매도 이런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례들이 있다고 해서 자매는 억울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진=자료사진)

 

우선 검사는 김씨 측이 목격한 사례들과 자매의 경우는 아예 다른 수준이라는 취지로 즉각 반박합니다. 성적이 급상승할 수는 있어도 쌍둥이 둘이 정확히 동시에 1등까지 상승하는 경우는 없고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차이가 클 수는 있어도 쌍둥이처럼 둘이 동시에 극단적으로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자매의 성적을 보면 언니는 2017년 1학년 1학기 전교 121등에서 2018년 2학년 1학기 인문계열 1등이, 동생은 2017년 1학년 1힉기 전교 59등에서 2018년 2학년 1학기 자연계열 1등이 됐습니다. 반면 모의고사는 2018학년도 2학년 1학기 언니의 국영수 성적은 각각 301등, 2등급, 96등이었고 동생도 같은 시기 각 459등, 2등급, 121등이었습니다. 자매의 내신성적이 같은 시점에 1등으로 올라섰고 동시에 모의고사 성적은 내신에 비해 둘다 저조했던 셈입니다.

검찰이 '단순한 성적상승이 아닌 자매 같은 경우가 존재하냐'고 계속 질문하자 김씨도 꼭 같은 경우까지는 없다며 한 발 물러서기도 합니다.

2020.6.17. '숙명여고 문제유출' 증인 사회문화 교사 진술 中

검사 : "국영수 성적이 내신 1등인데 모의고사 성적이 300등에서 400등인 경우가요?"

증인 : "국어는 공통 과목이라서 성적이 그렇게 나올 수는 있는데…"

피고인 : "그 부분에 대해 (제가) 보충 질문할 수 있습니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재판 도중 작은 헤프닝도 있었습니다. 검사의 질문 세례에 상황이 불리해졌다고 생각한 것인지 쌍둥이 언니는 자신이 직접 증인에게 질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현씨의 '돌발 행동'에 법정에는 순간 당혹스러운 기류가 흘렀고 변호인도 현씨를 만류하고 나섰습니다.

현씨가 하고 싶던 말은 재판 끝무렵 변호인의 입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변호인에 따르면 현씨는 당시 모의고사 중 실수로 국어과목 OMR 마킹을 못 해서 '0'점 처리가 됐다고 합니다. 정답을 제대로 마킹했다면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차가 이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란 해명입니다. 물론 이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국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의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 차이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긴 합니다.

사실 이날 재판에서 다뤄진 내용 외에도 자매의 '유출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은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예: 시험지에 정답을 희미한 글씨로 적은 '깨알 메모', '풀이과정 안 적힌 시험지', '정정 전 정답이 적힌 답안지' 등) 이것들은 모두 아버지 현씨의 재판에서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까지 이미 유죄로 인정된 정황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지도했던 선생님의 마음에서야 성적자료들을 근거로 보니, 제자였던 자매가 일정 부분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자매가 억울했다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너무도 많은 의구점이 남은 것도 사실입니다.

자매들이 정식 재판에 회부된 지 어연 10개월 째, 재판부는 오는 8월까지는 가능한 심리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공판에서 자매 측이 어떤 방어 논리를 주장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3일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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