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화재가 발생한 물류창고 공사장이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오후 1시 32분쯤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 사망하고 10명의 부상하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화재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놓자 노동계는 "기업 책임자 처벌이 빠진 대책"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18일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건축자재의 화재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건설작업 중 화재 위험이 높은 작업은 안전조치부터 우선 이행하도록 개선했다.
모든 공공공사와 상주감리 대상 민간공사에 '안전 전담감리'를 도입하고, 만약 가연성 물질과 화기를 다루는 작업을 동시에 다루는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감리에게 공사중지 권한을 부여해 공사 자체를 멈추도록 했다.
또 모든 건설공사는 계획 단계부터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하도록 의무화하고, 만약 발주자가 이를 어기고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도록 지시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
특히 올해 초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발맞춰 양형기준을 강화하고, 세월호 참사 당시 법 제정이 추진됐던 '다중인명피해범죄에 대한 특례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러한 정부 대책에 대해 "재발방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기업 법인과 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강력한 조치가 없다면 아무리 형량을 강화해도 말단관리자나 일부 노동자만 처벌받을 것이라는 논리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기존의 산안법,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한 처벌은 기업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하고,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노동부는 현행의 산업안전보건법 처벌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 십개, 수 백개 정부대책과 법제도가 개선돼도, 기업이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처벌과 연동되지 않으면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유령 대책으로 전락한다"며 "기업의 구조적 조직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산재사망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최고책임자와 기업법인이 직접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노총은 안전조치 없이 위험한 작업을 할 때 노동자가 직접 작업 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 죽음의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권, 작업중지권은 없는 대책"이라며 "(노동자가) 급박한 위험을 제기하고 작업을 거부하면 징계와 손해배상, 해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정부 대책 중 하나인 적정한 공사기간의 확보 방안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더 많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김광일 산업안전보건연구소장은 "계획단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적정 공사기간 확보에 대해서는 작업별 공사기간 확보 뿐 아니라 표준공기 산정기준 수립, 주5일제 대상에 건설업을 포함하여 휴일을 제외한 적정공기 산정, 다단계 하도급 금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