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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성차별' 공론화한 유지은 아나운서, 1년 만에 '차별' 인정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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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유지은 아나운서 "제 노동의 가치 제대로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
"대전MBC가 인권위 권고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끝까지 외치고 싸울 것"
인권위 진정 낸 동료 아나운서, '주급 5만 원' 등 회사 불이익 조처로 결국 이직
김승현 노무사 "프로그램 하차로 생활고 겪게 하는 '직장 내 괴롭힘'도 벌어져…악의적"
대전MBC "성별 불균형 발생 않도록 대책 세울 것, 정규직 임용 건은 수용 어려워"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상고 앞에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국가인권위의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 고용상 성차별 인정 환영! 공영방송 MBC는 권고안을 조속히 이행하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김수정 기자)

 

1. 피진정인에게 아래와 같이 권고한다.
가. 장기간 지속돼 온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
나.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 업무를 수행한 진정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
(진정인 2는 현재 퇴사한 상황이므로 당사자의 의사를 반영할 것)
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이유로 한 불이익에 대한 위로금 500만 원을 각 진정인에게 지급할 것
2. 피진정 방송사(대전MBC)의 대주주인 문화방송(MBC) 주식회사에게, 본사를 포함하여 지역 계열사 방송국의 채용 현황에 대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방송국들과 협의하는 등 성차별 시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

지난해 6월 18일,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는 동료 여성 아나운서와 함께 회사에서 벌어지는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문제를 시정해 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동일 업무를 함에도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여성은 비정규직(계약직 혹은 프리랜서)으로 뽑는 오랜 '관행'을 공론화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지난 17일, 인권위는 대전MBC에서 성차별적 채용 관행이 장기간 지속돼 온 것을 인정했고, 진정인들이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인권위 진정을 이유로 진정인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는 점도 명시했다.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렸다. 인권위가 대전MBC의 채용 성차별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을 권고한 만큼, 대전MBC의 대주주이자 공영방송인 MBC가 권고안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자리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전과 서울에서 각각 열렸다. 유 아나운서는 대전MBC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야 해서 당사자 발언(대독)을 통해 함께했다. "동일한 일을 하는데, 왜 동일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죠?"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는 유 아나운서는 "저는 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인권위에 문을 두드렸고, 인권위는 제 손을 들어줬다"라고 말했다.

"대전MBC에 묻고 싶습니다. 지금 저와의 이 대립이 건강한 대결인지,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괴롭힘인지 말입니다. 저는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회사에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하차 통보, 분장실 사용 제한, 자리 정리 통보, 홈페이지 소개 삭제 등 괴롭힘이었습니다. 인권위원회는 이는 분명한 불이익이라고 명시했습니다. (…) 단체도 아니고, 연대로 묶인 여러 명도 아니고 단 한 명의 여성 아나운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이 대응은 분명한 탄압이고, 괴롭힘입니다. '부끄러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수많은 사회 부조리와 노동 문제를 보도하지만 내부 문제에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부끄러운' 언론사로 남으실 건가요?"

본인이 직접 언급했듯, 유 아나운서와 동료 아나운서는 내부 채용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노무법인 시선의 김승현 노무사는 대전MBC가 프로그램을 전부 하차시키고 주급을 5만 원으로 책정해버려, 같이 진정을 낸 다른 아나운서는 결국 이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아나운서는 한 달 생계비(임금)가 50~60만 원대로 떨어져서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인권위법은 진정과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 조처하지 않게 규정하지만, 벌칙 조항이 없다 보니 (사측이 이를) 악용하고 있어 유감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든 손팻말 (사진=김수정 기자)

 

김 노무사는 "대전MBC가 악의적이다.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 시켜 해고 문제로 갔을 사건인데 절대 해고는 시키지 않는다. 라디오 진행 하나를 놔두어서 생활 고난을 겪게 만든다. 불순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고, 근로기준법상 차별"이라며 "여성 아나운서와 남성 아나운서를 왜 다르게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사가) 답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차별 상태에서 합리적 이유가 소명되지 않은 위법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 아나운서는 현재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하나만 진행하고 있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은 유 아나운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차별받은 것을 언급하며 "그 기저에는 여성 아나운서를 '얼굴, 간판'으로 대상화하여 소비하고, 남성 아나운서의 보조 역할쯤으로 생각하는 뿌리 깊은 성차별적 인식과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신 국장은 기업이 남녀고용평등법의 채용상 차별 금지 조항을 위반해도 최고 벌금 500만 원을 받고, 3년간 서류 보존 의무를 고의로 위반하며 채용 절차 서류를 폐기해 증거를 은폐해도 과태료 300만 원을 받으면 그만이라며 "성차별적 관행, 고의적인 성차별로 노동자에게 피해를 준 기업에 언제까지 면죄부를 줘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성별 분리 채용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여성은 불안정한 노동자로, 변방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노동권이 생존권이다. 생존권에 남녀가 다르지 않다"라며 유지은 아나운서에게는 "당신으로 인해 우리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 아나운서의 행동은 정말 용감한 것이었다. 이렇게 1년 동안 마음고생 했음에도 이 사안을 포기하지 않고 가져온 유 아나운서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여성 아나운서 채용 성차별 공론화하는 데 역할이 컸다"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눈앞의 경제적인 생각만으로, 인권위 권고까지 나온 사항(이행)을 미루는 건 대전MBC의 이미지와 공익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빠른 이행을 촉구한다"라고 전했다.

대전MBC는 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관해 '채용 성차별 관행'이 있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정규직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전MBC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권위가 성차별적 채용 관행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채용 성별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하고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규직 임용 건은 인권위가 업무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결정문) 내용을 보면 '동일 업무'나 '근로자 지위'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존재하기에, 이 부분은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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