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반성의 기미도 없는 자들로부터 죄값을 받아내기 위한 우리의 1차적인 첫 단계의 행동이다"라고 전했다. (사진=뉴스1 제공)
북한군 총참모부가 17일 구체적인 군사행동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북한의 다음 조치가 9·19 군사합의의 실제적인 파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총참모부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발표에서 "우리 군대는 당과 정부가 취하는 모든 대내외적 조치들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담보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 4가지 행동 계획을 거론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부대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17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 초소에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가 다시 게양돼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1.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부대 배치"…개성은 남침 요충지
대변인은 먼저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지역 방어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과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시작되면서 이 지역에 있던 군부대들은 후방으로 철수했는데, 다시 배치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개성공업지구는 군사분계선(MDL)에서 10km도 떨어져 있지 않아 오래 전부터 북한이 남침을 할 수 있는 주요 통로로 거론돼 왔다. 뿐만 아니라 포병부대를 뜻하는 화력구분대를 배치한다는 것은 언제든 수도권을 포격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된 뒤 현지에 건물들이 그대로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북한군이 여기에 다시 주둔하려면 건물을 철거하고 주둔지를 짓는 등의 작업은 필요하다.
총참모부는 철거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지난 1월 30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잠정 중단 직후, 지난해 예고했던 금강산관광지구의 우리 측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전달한 상황이다.
2. 9.19 합의로 철수했던 GP에 재진출 시사…실제로는 시간 걸릴 듯대변인은 또 "북남(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GP)들을 다시 진출·전개하여 전선경계근무를 철통같이 강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지난 2018년 9.19 군사합의 2조에 따라 남북은 DMZ에 배치돼 있던 GP들 중 11개를 철수하되, 10개는 철거하고 1개는 보존하기로 했다. 북한은 그해 말 GP 10곳을 직접 폭파하는 방식으로 일괄 철거했다.
때문에 이는 9.19 군사합의를 직접적으로 위반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DMZ에서 이미 폭파한 GP를 다시 짓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로 GP를 다시 짓기보다는 DMZ 인근이나 내부에서 군부대들이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다 현실적이다.
3. "전선 경계근무급수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대변인은 세 번째로 "서남해상전선을 비롯한 전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를 증강하고 전반적 전선에서 전선경계근무급수를 1호 전투근무체계로 격상시키며 접경지역 부근에서 정상적인 각종 군사훈련들을 재개하게 될 것이다"고 거론했다.
지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포병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사진=국방부 제공)
군사훈련 재개 또한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한다. 군사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해안포·함포사격과 해상기동훈련). (사진=국방부 제공)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하기로 했다.
공중 적대행위 중단 구역. (사진=국방부 제공)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 유도무기 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하기로 했다.
때문에 군사훈련을 빌미로 연평도 포격도발과 같은 군사도발에 들어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4. "대남 삐라 살포 보장"…민간인·군인 등 동원해 '피곤한 일판' 벌일 가능성대변인은 마지막으로 "전 전선에서 대남 삐라(전단) 살포에 유리한 지역(구역)들을 개방하고 우리 인민들의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며 빈틈없는 안전 대책을 세울 것이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은 2018년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언에서 이를 '적대 행위'로 규정했기 때문에 이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기도 하다.
북한이 전단을 살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서해 일대는 현재 꽂게철이어서 수많은 어선들이 바다에 나가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러한 상황 때문에 우리 군에는 상당히 곤란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대 통일연구소 정대진 교수는 "전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무장 또는 비무장 상태인지 식별하기 어려운 무리가 뒤섞여 활동하면 우리 군의 경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그는 "2017년 이전에는 이런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를 괴롭히는 '피곤한 일판'이 될 것이다"며 "우발적인 상황도 연출될 수 있어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합동참모본부 전동진 작전부장이 브리핑을 열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총참모부의 이같은 발표에 국방부는 이날 합동참모본부 전동진 작전부장 명의로 브리핑을 열고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그간의 남북합의들과 2018년 판문점 선언, 9.19 군사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각종 군사행동계획을 비준받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 계획들이 9.19 군사합의 위반임을 공식 확인했다.
전 부장은 "이러한 조치는 지난 20여년간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노력과 성과를 일거에 무산시키는 조치로서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