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팔마구리 만한 게 까분다"…北, 자충수 두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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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칼럼]
'한주먹 거리도 안되는 자가 덤빈다'는 뜻
대북제재 해제 등 미국에 대한 불만을 남한에 터트려
남북대화는 당사자만의 노력만으로 안되는 것이 현실
SLBM발사 등 잇따른 군사조치는 자충수 될 것
팔마구리 마냥 무작정 덤비기보다 인내하며 대화하는 것이 현명

17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영상에는 폭발음과 함께 연락사무소가 회색 먼지 속에 자취를 감추며 완파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우리 옛말에 "팔마구리 만한 게 까분다"라는 말이 있다. 상대가 안될 정도로 작고 힘없는 사람이 힘 센 사람에게 덤빈다는 뜻이다.

팔마구리는 나방의 유충으로 산에서 번데기의 형태로 한겨울을 나는 누에나방의 일종이다. 심하게 말해 '한주먹 거리도 안되는 자가 덤빈다'라는 말이다.

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고 있는데 따른 불만으로 해석된다. 대북전단 트집은 지엽적인 이유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당시 받은 수모가 크게 작용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한 셈이다. 북한 지도부가 미국에 대한 불만을 같은 동포인 남한 쪽에 터트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잇따른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정상회담 중재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국제적인 여건과 상황이 문재인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요인들이 많았다. 북한 정권도 이런 사실을 모를리 없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등 참석자들이 지난 2018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도, 북한은 남한을 향해 온갖 말폭탄을 쏘아대고 급기야 실제 폭탄으로 남북화해의 상징인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다.

북한 측은 개성공단과 금강산에도 군사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국정원 출신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심지어 대화로 해결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특사 파견 의지도 망설임없이 공개해버리는 무례를 저지렀다. 사실상 9.19 군사합의는 파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17일 오전 서울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북한관련 입장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 라고 말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청와대는 17일 이례적으로 "몰상식"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더 이상 감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쯤되면, 70년 전 이맘때의 전쟁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한국과 미군의 전력은 북한 군사력을 능가한다. 김정은 유고설이 나돌 때처럼 미군 정찰기가 수시로 북한 땅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살피는 실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북한 지도부는 오판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북한은 '핵 자랑'을 하지만 미국의 시각에서는 팔마구리에 불과하다.

문제는 한반도가 70년 전 6월처럼 다시 전쟁터가 돼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오판은 북한정권 뿐 아니라 민족 전체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남북한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 자주적인 외교와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슬픈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팔마구리가 유충으로 자라고 나방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남북한 만이라도 서로 신뢰하며 대화하는 길 외에는 갈 길이 없다.

북한 지도부가 정녕 남한을 동포로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도발은 멈춰야할 것이다. 괜히 팔마구리 마냥 덤비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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