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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탈출해도 쉼터 찾아 '또' 떠도는 학대 피해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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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피해 2만건vs보호쉼터 72곳
아동 7명이 정원…"다른 지자체 쉼터 전전하기도"
경계성 장애·트라우마 앓는 아동, 쉼터 입소에 어려움 겪어
"전문화된 그룹홈, 전문가정위탁제도 장려해야"
복지부, 쉼터 4곳 늘리기로…"예산 확대편성 어려움 있어"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초등학생 A군.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 등은 A군을 부모로부터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A군과 같은 학대피해 아동이 임시로 머물 수 있는 곳은 '학대피해아동 보호 쉼터'.

하지만 A군이 사는 지역의 쉼터들에는 자리가 없었다. 인근 지자체까지 알아봤지만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문기관은 결국 A군을 청소년 쉼터에 임시로 맡겼다. "분리는 꼭 해야 하는데…계속 알아봐야죠" 전문기관 실무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경남 창녕에서 의붓아버지와 친모에게 학대를 당한 B양도 이웃 주민의 신고로 부모의 손아귀에서 벗어났고, 병원에 입원한 뒤 쉼터로 옮겨졌다. 학대피해아동 보호 쉼터는 전국에 72곳. 2018년 기준 아동학대 사례는 2만4604건이다. 쉼터 한 곳에 최대 7명의 아동이 머물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학대를 당한 아동들은 '분리 조치'가 결정된 뒤에도 머물 쉼터가 없어, 1366 쉼터 등 다른 시설을 전전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즉각 분리'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쉼터 확충, 전문가정위탁 제도 장려 등 장기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느는데…아이들 머물 곳은 '태부족'

(그래픽=고경민 기자)

 

아동학대 사례는 보건복지부 시스템에 포착된 것만 2만건을 넘는다. 2014년 1만27건에서 2018년 2만4604건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머물 학대피해아동 보호 쉼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정해 위탁운영하고 있는 학대피해아동 쉼터는 전국에 72곳에 불과하다. 경기 13곳, 서울·부산·대전 각 4곳 등이다.

대부분의 쉼터는 1년 내내 정원이 가득 차 있다. 쉼터당 수용할 수 있는 아동은 7명에 불과한데, 학대 피해는 끊이지 않아서다. 운영 지침상 피해 아동은 쉼터에서 3~9개월 생활할 수 있고 1년 이상 머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번호표 뽑기' 마냥 줄줄이 입소를 기다리는 탓에 쉼터에서 장기간 머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피해아동쉼터 거주 기간은 '1개월 미만'인 경우가 45.1%를 차지했다.

경기 지역 보호전문기관 실무자는 "아이가 사는 곳 주변에 마땅한 쉼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 다른 '도'까지 건너가기도 한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탓에 시설 배정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트라우마·장애 아동들은 '한 번 더' 떠돈다

학대 피해를 본 아동 중에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거나 경계성 장애 등을 가진 경우가 많다. 적은 관리 인력으로 아동들을 관리하는 쉼터들은 난처해하고 있다.

쉼터는 지자체와 정부가 6대 4 비율로 재정 지원을 해 운영된다. 원장 1명, 직원 2명, 경우에 따라서는 상담치료사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근 인력은 보통 원장 1명, 직원 1명으로 2명뿐. 이들은 아동 관리부터 행정업무, 식사 준비까지 도맡아 한다. 아이들을 장기간 세심하게 돌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정이 부족해 상근 치료사를 두지 못하는 쉼터들도 적지 않다.

한 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이들 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쉼터 선생님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쉼터들은 이 같은 아이들의 입소를 고민한다"며 "교사 인력에 한계가 있어 힘든 상황이 많다"고 전했다. 소위 '문제 행동'을 보인 아이들은 보육원과 같은 집단시설이나 그룹 홈 등으로 옮겨가거나 원 가정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을 위한 대안'을 고민할 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전문가들은 학대 아동을 위한 '전문화'된 그룹 홈, '전문가정 위탁 제도' 등을 장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정부가 낸 '즉각분리 제도'에 맞춰 쉼터도 많아져야 하고, 아이들을 상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전문화된 장기 보호시설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학대 아동을 위한 그룹홈을 2-3곳만 지어도 아이들은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가출 가능성이 높거나 폭력 성향이 있는 아이들, 피해아동이 영아인 경우, 정신질환 등을 앓는 아동 등 아이들 특성을 고려한 전문 쉼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위탁가정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복지부는 2017년 대구, 전북, 충북, 부산에서 전문가정위탁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문제행동, 정서불안, 과잉행동장애(ADHD) 감소 등 유의미한 긍정적 변화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가정위탁 보호율은 수년째 20%대에 머물고 있다.

위탁가정은 지자체로부터 아동용품 구입비, 양육보조금, 전문아동보호비 등을, 국가사업으로 디딤씨앗통장 등을 지원받고 생계·의료·교육 급여, 아동·양육수당, 전세자금 등을 간접적으로 지원받지만, 지역별 지원 규모 편차가 큰 게 현실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정위탁 사업이 중앙정부 사업에서 지자체 사업으로 이양됐지만, 지자체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현실"이라며 "기재부는 지자체 사업이라며 예산 확대편성이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지자체는 재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자, 복지부는 학대피해아동 보호 쉼터 4곳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요 조사를 통해 후보지를 받았으나 정해진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학대피해 아동 보호 관련 예산에 대해선 "증액을 목표로 기재부와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아동권리보장원 학대예방사업부 장화정 본부장은 "피해 아동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돌려줄 수 있는 전문가정위탁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위탁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기에 적합한지 여러 기준을 통해 심사하고, 정부도 지원금을 증액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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