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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100송이 고백받은 스벅 점장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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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밥 먹여준다②]
'듣는 눈이 밥 먹여준다'…국내 최초 스타벅스 청각장애인 점장 권순미(40)씨
와인수입 회사서 스타벅스 장애인 채용공고 보고 서비스직 '도전'
입사 후 매일 '안녕하세요' 발성연습…"매장 옮길때마다 찾아와 응원하는 손님도"
2018년 장애인고용촉진대회서 국무총리 표창 수상
"선례는 내가 만들었지만 더 뛰어난 사례는 여러분들이 만들 수 있어"

매장 안으로 장미 다발을 든 배달 기사가 들어왔지만 순미(40)씨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피아 씨가 누구세요? 꽃 배달 왔습니다."

에스프레소 샷을 내려 아메리카노를 만들던 순미씨의 어깨를 옆 파트너가 툭 쳤다.

"피아, 누가 꽃을 보냈대요!"

꽃을? 누가? 이벤트에 당첨됐나?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 쓰는 닉네임 '피아'라는 글씨가 적힌 꽃바구니에는 장미꽃 100송이가 담겨 있었다.

다른 파트너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뒤로 하고 그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꽃바구니를 받아들었다.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파트너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꽃바구니에 꽃한 카드에는 한 단어만 적혀 있었다.

'010-****-****'

그녀가 난감한 표정으로 보청기가 꽂혀있는 귀쪽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무모하게 보였던 청각장애인의 서비스직 도전기

바에서 음료를 제조 중인 권순미 점장 (사진 제공=스타벅스 코리아)

 

NOCUTBIZ
"근무하는데 장미꽃 백송이가 오는 거에요. 카드도 있었는데 연락처만 딱 적혀 있어서…그렇게 처음 시작했죠."

2011년 스타벅스 장애인 공채 1기로 입사한 순미씨는 신입 때 매장에서 공개 프로포즈를 받았다. 그리고 그 장미꽃은 결혼이란 인연으로 이어졌다.

1년 전 와인 수입회사에 사무직으로 다닐 때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보청기를 통해 작은 소리만 들을 수 있어 입모양을 읽는 구화로 소통이 가능한 2급 중증 청각장애인인 그녀는 사람 대신 컴퓨터와 일하는 게 더 익숙했다.

그러던 중 자주 가던 집 근처 스타벅스에 장애인 바리스타를 뽑는다는 모집 공고를 보고 용기가 생겼다.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사람 상대하는 서비스직을 하냐는 두려움도 컸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순미씨의 '지원동기'였다.

32살에 적지 않은 나이에 신입으로 입사했지만 나이나 체력보다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입사 후 매일 '안녕하세요' 크게 인사 연습을 하며 발성과 발음 연습에 공을 기울였다. 장애인 채용이 '배려'나 '특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커피 원산지 지식과 원두 감별 테이스팅 등 전문 교육을 받은 스타벅스 커피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커피마스터 자격도 취득했다.

◇"장애 불편해하는 손님보다 이해하는 손님 더 많아…내 선례 뛰어넘는 후배들 나왔으면"

그녀의 검은색 앞치마에는 청각장애인을 표시하는 배지가 달려 있지만 그녀의 장애를 불편해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발음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손님도 있는데 청각장애인이라고 설명하면 그러냐면서
이해해준다"며 "오히려 배지를 보고 천천히 이야기해주는 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남다른 노력 덕분에 그녀를 응원하는 손님들도 많아졌다.

순미씨는 "매장을 옮길때마다 일부러 찾아와주는 단골 손님도 있다"며 "음료만 받아가는 게 아니라 내 안부를 묻고 나도 그 손님을 기다리면서 친밀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장애인 채용을 시작한 스타벅스는 2012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고용증진 협약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장애인 바리스타 채용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채용과정을 통해 3월 기준 순미씨를 포함한 394명의 장애인 바리스타가 전국 스타벅스에서 근무중이다.

차별 없는 동등한 승진 기회를 부여하면서 총 49명의 장애인 파트너가 중간 관리자 직급 이상으로 승진했다. 2015년 12월 부점장에 승진한 후 2년만에 점장 승격 평가에서 최종 합격한 순미씨는 지난 2018년 4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관하는 2018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장애인 근로자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6살때 뇌종양으로 돌아가시고 엄마가 저랑 제 동생을 홀로 키우셨는데 국무총리상 받고 굉장히 좋아하셨다"며 "상장을 닦고 또 닦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점장 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장애인 1호 점장이라는 선례는 내가 만들었지만 더 뛰어난 예를 만들 수 있는 장애인 동료들이 더 많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선례는 제가 만들었지만 앞으로 저보다 더 뛰어난 예는 여러분들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이지만 할 수 있다는 걸 본보기로 보여주고 비장애인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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