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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기 위해…자식 외면한 아빠에 승소한 입양인 미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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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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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미국 입양된 강미숙씨, 입양인 최초로 친자확인 소송 내 승소
아버지 통해 친모 찾는 것이 목표…"엄마, 제 얼굴 아세요? 만나고 싶어요"

12일 친생자인지청구소송에서 승소한 해외 입양인 카라 보스(한국명 강미숙)씨의 가족. (사진=연합뉴스)

 

"원고는 피고의 친생자임을 확인한다."

12일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염우영 부장판사가 주문을 읽자, 카라 보스(39세로 추정·한국명 강미숙) 씨는 잠시 환한 웃음을 짓더니 법정 방청석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한동안 흐느꼈다.

1983년 11월 충북 괴산의 한 주차장에서 발견된 강씨는 이듬해 9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처음 발견됐을 때 자신의 이름이 강미숙이고, 나이는 두 살이라고 직접 말할 만큼 영리했다고 한다.

네덜란드인과 결혼해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강씨는 2살이 된 자신의 딸을 보고 친엄마를 찾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을지, 2살이던 나 자신에게도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었을지 마침내 이해하게 됐다"며 "엄마를 찾아 마음의 평화를 찾아주고, 나와 딸이 맺는 것과 같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입양인이 친부모를 찾는 일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쉽지 않다. 강씨 역시 3년 전 한국을 방문하기까지 했지만 찾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기적은 지난해 초 찾아왔다. 한국계 입양인들이 모여 DNA를 통해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 '325캄라(KAMRA)'라는 곳을 통해서다.

강씨는 이곳에 자신의 DNA 정보를 공유해 뒀는데, 우연히 이곳에 자신의 DNA를 공유한 한 유학생이 자신과 사촌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를 단서로 여러 사람의 호의와 협조를 얻어낸 끝에 강씨는 자신이 A씨의 혼외 자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A씨의 가족에게 강씨는 달갑지 않은 존재일 수 있다. 그들은 강씨와의 접촉을 원치 않았다. 강씨는 A씨의 목소리조차 아직 듣지 못했다.

이에 강씨는 지난해 말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냈다. 인지란 혼인외 출생자를 그의 생부나 생모가 자기 아이라고 인정하는 절차다.

소송을 내고서야 A씨의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집 앞까지 찾아갔음에도 A씨는 강씨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소송 과정에서 이뤄진 유전자 검사는 강씨와 A씨가 99.9981%의 확률로 부녀관계로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 결론을 근거로 재판부는 강씨에게 승소 판결을 했다.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이평 양정은 변호사 등에 따르면, 판결이 확정된 이후 강씨가 인지 신고를 하면 A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피인지자'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강씨의 여정은 이날 판결로 끝난 것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친어머니가 누구인지 듣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입을 열 것인지는 A씨의 선택에 달렸다.

다만 이제는 법적으로 '관계'가 인정된 만큼 A씨에게 다가갈 자격을 얻었다는 의미가 있다.

강씨는 "소송을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내 뿌리에 대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자격을 얻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야를 강씨와 같은 입양인들 전체로 넓히면, 이번 판결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해외 입양인이 국내의 친부모를 상대로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내 승소한 것은 강씨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는 "이번 판결은 입양인의 '정체성의 권리'에 대한 인정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며 "이 권리를 위해 입양인들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성역에 발을 들여놓을 권리가 앞당겨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혼외자를 입양 보내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고는,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책임이 있는 친생 가족의 외면할 권리만을 보장하는 한국 사회의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씨 역시 "어째서 입양인들은 기본권이 돼야 할 '정체성과 뿌리'를 찾기 위해 이렇게 힘들게 싸워야 하느냐"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정체성의 권리를 인정하고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리인을 통한 조율 끝에 강씨는 다음 주 아버지와 첫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됐다.

A씨가 마음과 입을 열어준다면, 헤어진 지 37년 만에 마침내 어머니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강씨는 말했다.

"만약 어머니를 만난다면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나는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고 아름다운 아이도 얻었다고요. 그리고 어머니가 원한다면 이제 어머니를 내 삶의 일부로 초대해, 인생의 새 막을 열고 싶다고 말할 거에요. 한 가족으로서, 사랑이 가득한 새 삶을 말이죠."

그는 선고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도 카메라 앞에서 마스크를 잠시 벗고는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엄마를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제 얼굴 아세요? 만나고 싶어요. 정말로 만나고 싶어요. 그냥 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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