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
2001년 9.11테러는 2977명의 사망자를 냈고 21세기 문명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후 각종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CIA가 사전에 알았다"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다" "유태인 4천명은 미리 알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런 음모론은 아직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를 처벌할 어떤 법률도 만들지 않는다.
수정헌법 1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 우선적 가치로 여긴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복합문화시설로 새로 개관한 광주 동구 전일빌딩.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부여당이 '5.18 왜곡처벌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 현대사에 가장 큰 비극이고 우리 민주주의의 뿌리가 된 사건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진상규명 작업이 꾸준히 진행돼왔지만 아직도 발포자 등 진상규명이 완전히 이루어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과 왜곡자를 처벌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법과 역사는 서로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21조도 표현의 자유를 중대한 가치로 보장하고 있다.
역사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5.18망언을 처벌하는 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보다 우선하는지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지만원씨 같은 극단적 주장을 펴는 사람은 굳이 특별법이 없더라도 현행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세월호 사건 망언 때처럼 집단지성의 힘이 더 강력한 처벌자가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대북전단금지살포법은 그 추진 시기가 참으로 민망하다.
대북전단 살포에 국민의 절반이 넘는 51%가 반대한다.(리얼미터 11일 여론조사 참조)
그러나, 이른바 '삐라' 대북전단은 뿌려봤자 북으로 가는 것보다 남쪽에 떨어지는게 더 많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만 위협하는 어쩌면 소모적 정치행위이다.
그런데, 북한 김여정이 지난달 31일 대북전단을 비난하며 "남한정부는 금지하는 법을 만들라"고 말하자마자 우리정부가 화답하듯이 나섰다.
남북교류협력법이 만들어진지 6년 동안은 뭘했고 2년 전 판문점회담 합의 이후 아무것도 하지않다가 뒤늦게 나서는게 민망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북한에 성의를 보여주는 메시지용"이라거나 "김여정법"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이 역시 현행법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감수하면서별도의 법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때는 처벌할 근거가 없고 이제는 생긴 것인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적 발상이라는 조롱을 받는다.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가짜뉴스 처벌법도 마찬가지다.
허위보도를 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이 법안이 없더라도 명예훼손죄 등 현행 법률에 이를 처벌할 법적 장치는 얼마든지 있다.
야당 시절 언론의 자유를 그토록 외치던 여당이 이제 와서 헌법정신에 반하는 법안을 앞다퉈 내미는 것은 내로남불이다.
법이 다가 아니다. 법치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민주주의적 장치일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크게, 더 튼튼하게 자라고 있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성숙했다"말했다.
6.10민주항쟁으로 얻어낸 것이 민주주의이며 표현의 자유다.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버려야 한다.
더욱이, 그것이 정치적, 역사적 영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일은 또 여당발 어떤 금지법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우려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