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야로 빗물 받던 K군에 찾아든 '선한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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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보호관찰소, K군 등 7명 선정…'개별 지원' 눈길
K군 가족들 "지원을 해주려는 마음이 그저 감사해"
관찰소 "재범 방지 도움 되길…지원 아끼지 않겠다"

K군 집에 새로운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교체가 진행 중이고, K군 할머니가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뙤약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11일 오전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취재진의 이마에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도착한 한 가정집은 이미 봉사자들의 움직임으로 바빴다. 강원 강릉보호관찰소 자원봉사자들의 특별한 손길이 미치는 공간에는 웃음이 번졌다.

보호관찰소가 범죄자를 감독하거나 처벌한다고만 알려진 것과 달리, 관찰대상자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양한 지원도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취재진이 직접 찾은 강릉시 소재의 K군 집. 몸이 불편한 K군 아버지와 연로한 할머니 셋이 함께 사는 소박한 공간이 모처럼 새롭게 단장 중이었다. 강릉보호관찰소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먼저 지난 일주일 동안 진행한 옥상 방수작업 점검을 진행했다. 바로 전날 밤사이 비가 쏟아졌는데 "비 피해가 없었다"는 K군 아버지(49)의 목소리가 밝았다.

K군 아버지는 "비만 쏟아졌다 하면 천장에서 빗물이 줄줄 새서 집 곳곳에 대형 플라스틱 대야를 여러 개 둬야 할 정도였고, 장마철에 비가 많이 쏟아지면 아예 두꺼운 이불을 깔아놓고 비가 새지 않는 곳을 찾아 겨우 누워야 하는 일이 일상이었다"며 "제가 다리가 아파서 옥상 쪽까지 손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보호관찰소 분들 덕분에 방수작업이 잘 돼 정말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재구 보호관찰위원협의회장이 옥상 방수작업 상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지난 10일까지 방수작업을 마친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교체, 제습기와 선풍기 등 전자제품 전달을 진행했다.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를 설치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K군의 할머니(80)는 "이사 온 것 같아요"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형광등이 따로 없어 휴대용 전기로 불을 밝힌 부엌이 새삼 산뜻해졌다. 노후한 싱크대에서 물이 새는 탓에 늘 물을 받아 설거지하고, 사용한 물은 따로 버려 힘들었다는 K군 할머니는 "정말 좋아서 뭐라 말할 수 없다"며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가족들은 "사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지원을 해준다는 마음 자체가 그저 고마울 따름으로, 앞으로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거예요"라며 "우리도 그렇고 아이(K군)도 이를 계기로 더 열심히 지내겠다"고 끝내 눈물을 훔쳤다.

K군 집에 새로운 싱크대와 가스레인지가 설치됐다. (사진=유선희 기자)

 

강릉보호관찰소는 보호관찰대상자를 더 전문적으로 돌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민간위원 80여 명을 구성했다. 전국자원봉사연맹과 김재구 보호관찰위원협의회장, 조호근 원호분과위원장 등은 총 1340만 원을 기부하며 힘을 보탰다. 이에 강릉보호관찰소는 보호관찰대상자 800여 명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7명(성인 4명, 청소년 3명)을 선정, 지난 5월 중순쯤부터 개별 지원을 시작했다.

선정된 대상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필요한 방수작업과 도배장판, 생활필수 전자제품, 싱크대 교체 등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리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K군에 대한 지원은 이날로 모두 마무리됐다. 강릉보호관찰소는 다음 주쯤까지 나머지 6명에 대한 지원을 모두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쯤 보호관찰소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관찰대상자 5명에게 각 20만 원씩 총 100만 원 상당의 생활필수품을 전달했다.

K군 아버지 옆에 제습기가 놓여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K군 집에 함께 찾은 김재구 보호관찰위원협의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제가 기부를 한 돈이 이렇게 잘 쓰이는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을 많이 느꼈다"며 "아무래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될 텐데, 환경이 새롭게 바뀐 만큼 아이가 또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릉보호관찰소 임재홍 소장은 "보호관찰소에서 진행하는 지원이 아이들에게 '지지 세력'이 생기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참 좋겠다"며 "재범이 반복됐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사전에 이를 방지하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적재적소에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저희의 업무이자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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