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감독이 들려준 '프랑스여자' 안과 밖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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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번외편] 영화 '프랑스여자' 김희정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프랑스여자'는 경계인 미라(김호정)의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을 오가며 심연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한 인물의, 경계에 선 한 여성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촘촘하게 그려내는 과정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경계를 기준으로 이곳과 저곳을 넘나드는 영화를 만들어 낸 김희정 감독은 영화적 생각의 원천을 '유비쿼터스'(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은 국경이 없다"며 웃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프랑스여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중간, 영화와 얽힌 여러 가지 소소하고도 재밌는 이야기들도 함께 들려줬다.

"그랬으면 했어요. 우리 엄마가 음식을 진짜 잘하시거든요.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와 밥을 먹고 문밖을 나가면 센(Seine) 강변을 산책하는 거죠. 그렇게 산책하다가 방에 들어오면 내 방이고요. 연결된 거를 많이 생각해요. 외국이라고 해도 10시간 비행기 타고 가면 너무 다른 나라잖아요. 공기, 냄새, 사람, 말도 다른 게 너무 초현실적이었던 거죠. 유학하는 동안 비행기도 많이 탔고, 의식이 그렇게 초현실주의적으로 많이 흘러갔어요."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프랑스여자'에서 덕수궁 벤치에 빨간 옷을 입고 앉아 있다가 미라에게 "날씨가 참 좋다"고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 김희정 감독의 어머니다. 어머니는 김 감독의 매 작품에 출연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에서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의 카메오 출연을 찾는 즐거움이 김희정 감독 유니버스에도 존재한다.

"엄마는 제 영화 네 편에 모두 출연하셨어요. '열세살 수아'(2007 제작)에서는 서울로 엄마를 찾아 떠난 수아(이세영)가 기차에 탔을 때 옆에 앉아있던 분이죠. 땅콩 주고, 사이다 사주셨던 분이요.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1 제작)에서는 파전 주던 분이죠. '설행_눈길을 걷다'(2015 제작)에서는 지나가는 역할이라 못 보셨을 거예요. 건강하셔서 계속 출연하시면 좋겠어요."

 

'열세살 수아' 때 수아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 이세영은 지금도 김 감독에게 "땅콩 할머니한테 안부 전해주세요"라며 연락한단다.

'김희정 시네마틱 유니버스'에는 어머니 말고 또 다른 가족도 등장한다. '열세살 수아'에 축구부 김 코치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김 감독의 남동생이다. 이세영은 김 코치의 안부도 묻는다고 한다.

어쩌다 보니 그의 이번 작품과 전작 속 배우들의 기묘한 행보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 감독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비슷한 이미지의 다른 작품을 찍거나, 영화 속 이미지와 기묘하게 연결되는 다른 배역을 맡은 이야기였다.

"김영민 배우는 지금 '불륜남'으로 유명한데, '나의 아저씨'나 '부부의 세계'를 찍기 전 '프랑스여자'를 먼저 찍었다. 우리가 먼저라는 거.(웃음) '설행_눈길을 걷다' 때도 그랬어요. 박소담 배우가 '검은 사제들'(2015)에서 사령에 사로잡힌 인물을 연기했는데, '설행'에서는 수녀 역이었고 또 무언가에 씌인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오거든요. '설행'이 늦게 개봉해서 마치 우리가 따라가는 것처럼 되었어요."(웃음)

'프랑스여자'도 지난 3일 개봉했지만,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작품이다. 이미 많은 관객과 만난 김 감독에게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한 남자 관객을 꼽았다. 사실 '프랑스여자'가 말하는 어떤 고독, 경계인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질문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어떤 남성분이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셨어요. 자기가 일주일 뒤에 미국 여성과 결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예비 신부가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 친구는 어떨지 물으시더라고요. 진짜 저도 다른 관객분들도 빵 터졌어요. 그때 제가 한 대답은 '결혼하는 게 어디예요. 짝이 있다는 게 어디예요. 그에 감사해 하세요'였죠. 예비 신부는 '세계인'이 되는 거죠. 어디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세계인으로서 외로움이 있는 거죠. 그 질문이 재밌었고, 기억에 남아요."(웃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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