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수훈갑' 홀대론에 文대통령 마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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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깜짝 지시로 국립감염병연구원 복지부 이관 백지화
여론 의견 충분히 수렴해 정무적 결단 내려
K방역의 수훈갑인 질병관리청에 대한 예우 갖춘 결정
'보건'과 '복지' 분야의 이원화 등 정부부처 개편 논의도 이어질 듯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깜짝 지시를 내리자 정부 부처가 발칵 뒤집혔다. 새롭게 출범하는 국립감염병연구원의 소관에 관한 특별 지시였다. 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기지 말고 승격되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그대로 두라는 것. 불과 이틀전에 공개적으로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질병관리본부를 충분히 예우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애초에 국립감염병연구원을 질본에서 복지부 소관으로 옮긴다고 판단한 데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국립감염병연구원은 기존의 국립보건연구원 기능이 대폭 확대돼 새로 출범하는 조직이다. 기존 질병 연구 뿐 아니라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물론 판매 공급하는 산업화 기능까지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기능이 커지는 만큼 청이 감당하기에는 연구원 규모가 크다고 보고 부처 산하 기관으로 연구원을 승격시킨 것이다.

하지만 질본 입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주된 연구기관을 복지부에 뺏긴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으로 승격은 됐지만 연구기관은 뺏기고 인력도 예산도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직접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질본을 제대로 승격하라'고 저격했다.

코로나19 방역의 수훈갑인 질본이 오히려 알맹이를 뺏기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자 여당에서도 청와대와 정부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과거 질병관리본부에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틀간 여론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부처 논리에 따르기 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의사결정을 내렸다. 부처에서 독립해 질병관리 분야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오히려 키워야 한다는 각계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 것.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사이에 여러 보고들이 올라왔고, 문 대통령이 여론 등을 감안해서 최종적으로는 정무적 결단을 내리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보건복지부의 업무 분장과 관련된 논의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간에도 '보건'과 '복지' 분야를 이원화 시켜야 한다는 논의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복지 분야가 갈수록 커지는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건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보건복지를 한 부처가 담당하는데 대한 토론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새롭게 출범하는 질병관리청이 보건 분야의 상당 업무를 이관해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서는 질병관리청이 아니라 국무총리실 산하의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날 질본을 질병예방관리처로 승격해 복지부에서 완전히 독립시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의 긴급 지시를 받은 복지부와 행안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 원점에서 재검토에 들어갔다. 오는 21대 국회에서 '보건'과 '복지' 분야의 분리와 질병관리청의 업무를 둘러싸고 활발한 토론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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