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로에선 보수와 김종인의 정치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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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 자유는 시대정신 반영된 보수이념"
진보 전유물이었던 '분배 문제' 보수 핵심가치로
개발독재시대의 잔재에 갖혀 있는 한국정치
이념갈등 넘어 보수의 새로운 진로 모색
뼈를 깎는 쇄신 노력으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열린 초선의원 모임에서 "물질적 자유를 극대화시키는 것이'정치의 기본목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는 말로만 하는 형식적 자유에 불과하다"고 했다.

법과 제도로 자유가 보장된다 해도 인간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경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는 의미다.

향후 대선에서도 우리사회에 드러난 빈부격차에 대해 약자가 물질적 자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진보의 전유물처럼 인식돼온 경제적 격차해소와 빈곤층에 대한 배려를 보수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그리고 4일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제 도입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물질적 자유를 보장하는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을 제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생독립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다.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고, 민주주의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와 민주주의의 제도화에는 성공했지만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계층과 지역, 세대 간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시대의 화두가 산업화, 민주화에서 분배로 옮겨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한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함으로써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신도림역 출근길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수요가 달라졌지만 우리 정치는 구시대의 산물인 산업화와 민주화 진영으로 나눠져 극한의 대치를 하고 있다. 적어도 정치만큼은 7~80년대 개발독재시대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보수는 아직도 냉전 이데올로기에 갇힌 채 역사의 시계를 산업화시대로 되돌리려 하고, 이에 맞서 진보 또한 80년대 학생운동의 사고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과잉 속에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있었다.

이런 점에서 해묵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을 넘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 반영해 한국보수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김종인 위원장의 시도는 대단히 신선하고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된다.

사실 그동안 진보세력의 집권 기간에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빈부격차가 오히려 심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내세우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당 내부와 극단적 지지층의 반발로 향후 정책구현 과정에 난관도 예상되지만 제대로 이행만 한다면 이념 과잉에 빠져있는 한국정치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개혁과 쇄신 노력이 부디 좋은 결실로 이어져 통합당이 미래지향적인 정책정당, 젊은이들도 지지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건강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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