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열전]사드 논란 키우는 '깜깜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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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또는 업그레이드 아니냐는 의혹 계속 제기
국방부는 "수송 차량이며 추가 배치는 사실 아니다" 설명
수송 차량과 발사 차량, 같은 회사 물건으로 비슷하게 생겨
국방부 "작업 진행된 날, 노후화된 사드 미사일도 밖으로 나와" 해명
3년 전 몰래 진행된 사드 배치, 이번에도 예고 없는 기습 수송으로 논란 키워
외교 마찰 피하기 위해 중국엔 설명해 놓고 주민들에겐 안 해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9일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군 장비들이 반입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밤부터 29일 아침까지 진행된 성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기지 노후 장비 교체 작업이 계속해서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국방부의 발표와 달리 사드 포대 성능을 업그레이드 했거나 아니면 장비를 추가 배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업그레이드나 추가 배치가 아니라 노후화된 장비 교체일 뿐이다"고 브리핑을 통해 설명했지만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는 않는 듯합니다.

◇ 수송·발사 차량, 같은 회사에서 제작해 닮은 모양새…오해 산 면도 있어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사드 추가 배치 또는 업그레이드 여부입니다.

현재 성주 기지에는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기)가 배치돼 있고 이번에 노후화된 유도탄을 교체했다는 것인데, 그게 아니라 추가적으로 발사대가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죠.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설명하며 "유도탄 가운데 일부를 같은 수량의 같은 종류로 교체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미군이 현재 사드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사업 자체가 아직 제대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그 단계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설명은 덤이었구요. 당시 해당 관계자는 "미군으로부터 성능 개량과는 무관함을 확인했다"며 극구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1일 한 매체가 보도를 통해 이번에 교체된 사드 장비가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과의 통합 운용을 위한 신규 장비라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또다른 매체는 이번에 발사대와 외관이 비슷한 차량이 들어왔다며, 추가 배치 가능성도 거론했습니다.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실이 아니다"며 "이번에 진행된 사드 장비 교체는 노후화된 일부 장비를 동일한 장비로 교체하는 것이 목적이고, 사드 성능 개선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문 부대변인은 "발사대의 교체나 추가 배치도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유도탄을 운반했던 차량은 미군의 유도탄 수송차량이며 사드 발사대가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이 논란은 사드 유도탄을 싣고 들어간 차량이 발사 차량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에서 비롯된 면도 있습니다. 사진으로 함께 보시죠.

왼쪽 사진은 지난달 29일 오전 성주 사드 기지로 요격미사일을 싣지 않은 예비용 수송차량이 들어가는 모습으로, 안정장치와 직립기가 갖춰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미군이 배치해 사용하고 있는 사드 발사차량의 구성도(사진=연합뉴스/미 육군 교범(FM) 3-01.11 '방공포병(Air Defense Artillery Reference Handbook)')

 

두 차량이 무척 닮아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같은 회사에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미 육군은 오시코시사(社)에서 만든 자국산 HEMTT(Heavy Expanded Mobility Tactical Truck)라는 대형 차량을 다양한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수송 목적 외에도 유조차나 견인차 등 여러 변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는 사드의 발사 차량으로 쓰이는 모델도 있습니다.

다만 군 당국의 설명 등을 종합해 보면 두 사진의 차량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데요, 성주 기지에 들어간 차량에는 오른쪽 그림에서 운전석 바로 뒤에 보이는 발전기(generator)와 전자장비(CEM)가 없다는 점입니다.

국방부는 29일 브리핑 당시 "발전기와 데이터 수집에 쓰이는 전자장비가 노후화돼 교체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군 당국의 설명을 들어 보면, 이 발전기와 전자장비는 일단 사드 레이더 등과 관련이 있는 것은 맞는데 발사대와 관련된 장비는 아니라고 하네요.

국방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포착된 수송 차량의 사진을 보면 발사대와 비슷한 직립기(erection cylinder)와 안정장치(stabilizer)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이 장비들은 미사일을 내리고 배치하는 과정에서 직립과 고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노후화된 사드 미사일이 새것으로 교체됐다면 그만큼 밖으로 운반돼 나오는 것도 있어야 합니다. 문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해당 작업(노후화된 유도탄이 밖으로 나오는 작업)도 당일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군 당국의 설명을 들어 보면, 유도탄을 적재한 3대의 HEMTT 차량(예비차량 1대 포함)이 성주 기지에 들어갔다가 노후화된 미사일을 싣고 그대로 다시 나왔다고 합니다.

◇ 3년 전 '깜깜이 알박기' 임시 배치, 이번에도 '깜깜이 교체'

지난해 4월 주한미군이 모의탄을 훈련용 사드 발사대에 장착하는 훈련을 하는 모습(사진=주한미군 35방공포여단 페이스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논란이 자꾸 벌어지는 이유에는 사드 관련 작업들이 번번이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점이 있습니다. 시계를 잠시 3년 전으로 돌려 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한창 대선이 치러지고 있던 2017년 4월 20일, 국방부는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기를 비롯한 장비들이 갑자기 성주에 배치되면서 이른바 '정권교체 전 사드 알박기' 논란이 벌어졌죠.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 가량 지난 18일에 사드 배치에 대해 절차적 투명성을 지켜가겠다고 강조합니다. 1개 포대를 완성하려면 발사대 4기가 더 들어와야 하지만,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합당한 절차를 거쳐 들여오겠다는 뜻이었죠.

그런데 5월 30일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합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드 발사대 4기가 이미 국내에 반입됐다는 것을 보고받고 "충격적이다"고까지 하며 진상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다음 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열고 "조사 진행 결과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사실을 보고서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힙니다.

청와대가 이 사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을 불러 집중 조사를 벌인 결과, 최초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 "6기 발사대 반입, 모 캠프에 보관"이라고 명기돼 있었는데 최종 보고서에는 이 문구가 삭제돼 있었다는 것이죠.

국방부는 논란이 벌어지기 닷새 전인 5월 25일 업무보고에서도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속인 셈이 된다며 이른바 '보고 누락' 논란이 일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이번에 진행된 교체 작업 역시 사전 공지 없이 몰래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5월 28일 밤부터 수송을 위해 경찰력이 배치되기 시작했고, 이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밤샘 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습니다.

왜 지역 주민들에게 이를 미리 설명하고 합의점을 찾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서 고심 끝에 야간 수송을 진행했다"며 "반대 시위 등 현장 상황과 야간 고속도로 상황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감안해 볼 때 그 방안이 최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국방부의 설명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드 배치 논란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해 왔고 지금도 그러하기에, 합의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으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대로라면 군 당국이 지역 주민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옳습니다. 중국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서 외교 채널 등을 통해 해당 계획을 사전에 설명했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러지 못한 셈이죠.

사드가 외교·군사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많은 만큼 그 배치와 운용의 보안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첫 배치 계획부터 시작해서 2017년 4월의 발사대 2기 임시배치, 7월의 나머지 4기 임시배치 등에서 범국민적인 동의를 받지는 못했다는 점도 자명합니다.

군이 모든 부분을 언론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사전에 좀더 지혜를 발휘할 수는 없었을까요. 몇 년 전 이뤄진 '깜깜이' 배치 방식이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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