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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뉴스]위안부 운동가 김원동씨는 어쩌다 횡령범 누명을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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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여가부 수사의뢰 후 재판까지
1·2심 모두 무죄 선고…김씨 "부끄러움 없었다"
왜 수사의뢰 이뤄졌나 들여다보니
여가부, 관련 보도 이후 열흘 만에 수사의뢰
정의기억재단, 김씨 조사 촉구하며 조력자로 나서
김씨-정대협, 화해치유재단 두고 갈등 깊어

"나는 할머니를 예수로 여기고 섬겼어요. 고생이요? 말도 못하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만난 김원동(75)씨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대표적인 위안부 운동가였던 그가 할머니 지원금 수억원을 횡령한 파렴치범으로 몰린 지난 2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쳤던 것일까요.

김씨는 중국에 사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한국으로 모셔오는 일을 지난 1990년대부터 20년 넘게 했습니다. 여태껏 그가 고국에 정착시킨 할머니만 모두 여섯 분이나 됩니다. 그런데 김씨는 자신이 모셔온 고(故) 이귀녀 할머니의 정부 지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정 앞에 서야 했습니다. 어쩌다 김씨는 할머니의 지원금 횡령범 누명을 쓰게 됐을까요.

◇ '횡령범' 몰린 뒤 2년간 마음 고생…1·2심 모두 무죄 선고

김씨가 수사기관을 찾은 것은 지난 2018년 초 무렵입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할머니 돈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됐으니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전화를 받은 겁니다. 이후 경찰은 수사 끝에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도 김씨를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 중 자신의 혐의가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재판 결과, 1심과 2심 모두 무죄가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 할머니 돈을 일부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은 맞지만, 할머니가 지원금의 모든 처분 권한을 김씨에게 위임했다고 봤습니다. 2011년 3월 이 할머니 귀국 당시 김씨가 유일한 보호자로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 도왔고, 이후 한국에서도 할머니를 보살피다 2018년 12월 할머니가 숨지자 '양자'로서 상주 역할까지 한 점을 고려한 겁니다.

검찰이 상고를 하지 않으면서 선고가 확정됐습니다. 김씨에게 2년여 만에 누명을 벗은 소감을 묻자, 그는 웃지 못한 채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고만 짧게 답했습니다.

◇ 여가부, 한 언론사 기사 이유로 수사의뢰

김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한 것은 누구일까요.

할머니들의 정부 지원금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여성가족부(여가부)로 확인됐습니다. 여가부는 2017년 12월 28일 경찰에 "지원금 횡령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서 김씨를 수사의뢰 했습니다. 김씨가 피해자에게 지급된 화해치유재단 현금 지급금과 정부 지원금을 인출한 정황이 파악됐다는 취지였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당시 수사의뢰서에는 관련 내용이 자세히 나옵니다. 여가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지급된 지원금을 법적으로 무관한 후원자가 부당하게 수령·관리 중이라는 언론 보도'를 수사의뢰 배경으로 밝혔습니다. 여기 나오는 '후원자'가 바로 김씨입니다.

당시 여가부 내 업무 담당자는 "할머니 지원금을 부정지급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있었고, 관련 시민단체에서 성명을 발표했었다"며 "이후 여가부가 자체적으로 조사까지 진행해 수사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보도부터 수사 의뢰까지 열흘도 안 걸린 아이러니

"여가부, '위안부' 10억엔 부정지급 모르쇠." (2017년 12월 19일)

당시 수사의뢰 배경이 된 한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 제목입니다. 김씨가 할머니와 무관한 제3자이면서도 '후원자'를 자처해 화해치유재단에서 받은 1억 원과 정부 지원금을 모두 수중에 두고 있다는 내용으로, 김씨가 할머니들 돈을 빼돌리고 있는데도 주무 부처인 여가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여가부가 '찔끔'할 내용입니다.

. 그래픽뉴스=고경민 기자

 

보도 다음날인 2017년 12월 20일 정의기억재단이 조력자로 나섭니다. 정의기억재단은 '화해치유재단 위로금 부정지급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가족부가 화해치유재단 위로금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을 방기했다"며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것은 물론 화해치유재단을 즉각 해산하라"고 여가부를 압박했습니다.

이때부터 여가부 움직임은 빨라집니다.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할머니 돈에 대한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서류 증거가 있느냐'는 취지로 물어보는 등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곧바로 김씨를 수사기관에 넘긴 겁니다. 기사 보도(12월 19일)부터 여가부 수사의뢰(12월 28일)까지 열흘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김씨, 정대협과 화해치유재단 찬-반 갈등

이번 사건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살펴볼 사안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여가부 수사의뢰의 단초가 된 보도를 한 조모 기자가 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와 사실상 '특수 관계'라는 점입니다.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맡았던 윤미향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 기자를 "대학생 시절 봉사자로 만난 20년 넘게 이어온 각별한 인연"이라고 공공연히 밝혔습니다. 이밖에 조 기자가 옛 정대협 등 단체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은 정황은 적지 않습니다. 그는 장학금 단체인 '김복동의 희망' 운영위원에도 이름을 올렸고, 사무처장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기자를 그만두고 윤 당선인의 국회 보좌진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김씨가 옛 정대협과 좋지 못한 관계였던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김씨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탄생한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2016년 외교부 국회 국정감사에 故 김복동 할머니와 나란히 증인으로 나와 일본의 사죄 여부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억울함을 벗은 김씨의 심정이 궁금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꺼낸 말은 '용서'입니다. "나에게 돌을 던지고 수모를 줬던 모든 사람, 모든 상황을 다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시점에 누구에게도 돌을 던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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