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총선승리=무죄? 한명숙 사건, 진상조사 정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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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칼럼]

망자의 비망록이 댕긴 유무죄 논란
여당 원내대표와 법무장관까지 거들고 나서
새로운 증거도 없이 재심 주장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위험한 발상
검찰의 강압수사 가능성은 부인 못해
무작정 '친노대모 살리기'로 역공 초래말고 진상조사로 정리하는게 적절

(사진=연합뉴스)

 

한명숙(76)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1심 선고를 시작으로 2017년에 대법원 확정으로 종결된 사건이다.

그런데, 뒤늦게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넨 한만호(2018년 사망)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검찰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다.

한만호 전 대표는 비망록에서 "검찰의 강압과 회유로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CBS와의 인터뷰에서 "한명숙 전 총리는 검찰의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이에 추미애 법무장관 마저 "구체적인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비망록이 이미 1,2,3심에서 법원의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 재심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만호 비망록은 당시 재판에도 제출됐지만 신빙성이 낮다는 판단을 받았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증거가 위조됐거나 위증 등이 증명된 때로 재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존 판결을 뒤집을만한 명백하고도 새로운 증거가 있어야만 재심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만기 출소할 때 당시의 모습.(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현재로서는 새로운 증거가 없다. 한만호 대표의 비망록만 있을 뿐이다.

이미 사망한 사람의 주장이라 신빙성을 검증할 방법도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집권여당에서 재심 주장이 나오는 것은 총선승리에 따른 한풀이라는 역공을 받기에 충분하다.

총선승리에 취한 현 정부 일부 핵심세력이 '친노대모 살리기'에 나섰다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유죄가 무죄가 되고 법법자가 양심수로 둔갑될 수는 없다.

정치가 재판에 개입하는 것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20일 "활정된 재판이 잘못됐다고 (명백한 증거도 없는데 정치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사법불신의 큰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여권 일각에서 '공수처 대상 1호'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현 정부의 염치까지 의심케하는 어불성설이다.

다만, 법무부나 검찰의 자체 진상조사 여지는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 대법원 소수 의견에도 검찰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목이 있다.

"검사가 한만호 대표의 진술이 번복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라는게 일부 대법관들의 의견이었다.

검찰이 비망록에서 유리한 부분만 발췌했을 것이고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있다.

검찰.(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도 오랜 세월 여러 사건에서 피의자를 상대로 강압과 회유, 협박 등의 행태가 가해졌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법무부나 검찰은 과거사위원회 같은 별도 기구를 만들어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또 다시 현재권력과 검찰이 대립하는 모양새이다.

한명숙 재심을 주장하려거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진상조사 정도로 이번 논란을 마무리 짓는 게 명분있는 집권여당의 품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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