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한 바 있는데, 이번 조치는 군축과 관련된 또 다른 국제조약 이탈인 셈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내일 항공자유화조약에서 탈퇴하기로 한 결정의 통지서를 조약예탁국들과 다른 모든 당사국들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일부터 6개월이 지나면 미국은 더이상 조약 당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조약의 완전한 준수로 복귀한다면 탈퇴를 재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러시아가 이 조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조약 탈퇴의 이유라고 밝혔다.
항공자유화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 34개 국가들이 지난 1992년 체결해 2002년부터 발효된 것으로 가입국의 군사력 보유 현황과 군사 활동 등에 대한 국제적 감시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회원국 간의 상호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정찰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조약에 따라 지금까지 1천500회 이상의 비행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러시아는 이 조약을 준수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준수할 때까지 우리는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러시아가 자국 수도 모스크바와 남부 캅카스 지역의 체첸, 압하지야, 남오세티야 부근의 비행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의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도 관측 활동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하면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장시키고 유럽 동맹국들과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AP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미 상·하원 군사위 및 외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조약 탈퇴를 강행하려 한다면 유럽 국가들과의 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고, 이달 초 유럽의 군 및 국방 고위 관료 16명도 성명을 통해 미국의 조약 탈퇴는 세계 안보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재고를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