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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과 고집 사이' 고민에 빠진 염경엽의 '믿음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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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1-5로 패배한 SK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준비한 것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은 또 (실패를) 반복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준비한 것을 하는 것으로 간다."

1승 10패.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지난 19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 직전 인터뷰에서 최근 부진의 해결책에 대해 준비한 것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지금의 부진은 더 단단해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며 선수단에 믿음을 보였다.

이날 염경엽 감독의 믿음에 분명히 희망은 있었다.

선발 리카르도 핀토가 1회말에 무너지며 6실점한 SK는 시작부터 염경엽 감독의 말을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2회초 곧바로 4점을 따라붙으며 염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타선이 살아나자 핀토도 살아났다. 2회말 SK 타선을 잠재운 핀토는 환호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선수들도 일어서서 핀토를 응원하며 분위기를 살렸다. SK 타선은 기세를 몰아 3회초 1점을 추가했다. SK가 3회까지 5점을 쏟아 낸 것은 올시즌 들어 처음이었다.

SK 와이번스 리카르도 핀토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하고 싶은 야구는 뚜렷하다. 재미있는 야구를 하려면 방망이(타자)가 해줘야 한다. 선수들과 그 고민을 하고 있는 거니까 꾸준하게 하면 분명히 성과가 있을 것이다."

기가 오른 핀토는 3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4회말 수비수의 더블 플레이까지 이어질 때는 환호성까지 질렀다. 핀토는 실점 없이 더그아웃으로 향할 때 호수비를 한 최정과 주먹을 부딪히며 서로를 격려했다.

염 감독도 더그아웃에 들어온 핀토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6실점으로 위기에 빠진 핀토를 교체하지 않고, 타선을 기다린 염 감독의 믿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염 감독은 5회말 핀토가 1사 1, 2루 위기에 몰리자 김주한을 준비시켰다. 김주한은 최근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00으로 부진했지만 염 감독은 지금의 위기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주한은 등판과 동시에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상황을 만들었고 서건창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을 허용했다. 이후 김주한은 두 명의 주자를 볼넷으로 내보내 1점을 추가로 잃었다.

염 감독을 김주한 대신 박민호를 투입해 5회를 마쳤지만 점수가 5 대 9로 벌어져 역전의 분위기는 시들해졌다. 결국 SK는 한 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키움에 11대 6으로 패했다.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한게임, 한게임에 치우치면 안 될 것 같다. 개개인의 모습을 보고 판단해야지 결과를 보고 판단하다 보니... 선수도 급해지는 결과가 나온다."

염 감독은 결과만 쫓지 않겠다고 경기 전에 말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날 염 감독은 결과를 쫓는 선택으로 역전의 기회를 놓쳤다.

1승 11패. SK는 올시즌 키움과 첫 3연전에서 패하며 10연패 수렁에 빠졌다. 팀 최다 연패 기록인 11연패에도 한 게임 차로 다가섰다.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지면 SK는 2000년 6~7월의 11연패 이후 새 흑역사를 쓰게 된다.

야구에서 만약이란 말은 없다. 하지만 염 감독이 기세가 오른 핀토를 조금만 더 믿고 정면승부를 걸었다면,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고전을 겪는 김주한을 대신해 조금만 더 빨리 박민호를 투입했다면 경기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염 감독의 '믿음' 야구도 뭔가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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