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A경위는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2015년 7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 고향친구와 지인 등 10명으로부터 타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차량번호 등을 조회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A경위는 본인과 동료직원 11명의 경찰정보시스템에 접속한 뒤 조회 목적을 '교통단속' 등 허위로 입력했다. 이후 총 63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뒤 문자메시지를 통해 유출했다.
A경위에게 부탁을 한 사람 중에는 윤락업소를 운영하는 포주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꼬리가 잡힌 A경위는 2017년 3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이후 재판에서 벌금 3천만 원을 선고받았다.#2. A순경은 지난해 7월 전북 고창경찰서에 근무할 당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으러 온 여성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알아냈다. 이후 "마음에 든다"며 사적으로 연락을 했다가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지난 4년간 사적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소송 관계인 등의 주민등록번호를 유출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인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약 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착취물을 공유한 박사방의 공범 중 '개인정보'로 피해자를 협박한 사회복무요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공분이 높은 가운데, 경찰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CBS노컷뉴스가 8일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경찰관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사용해 징계처분을 받은 건수는 모두 79건이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제공자 동의 없이 제공받은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경찰청 개인정보 보호 규칙 제3조 1호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하여야 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이에 따라 아무리 공직에 속한 경찰관이어도 업무 범위를 넘어서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조회하거나 유출하면 명백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경찰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은 '무단 조회'와 '무단 유출'로 나뉘는데, 이 중 무단 조회가 41건, 무단 유출이 38건을 차지했다. 연도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건수는 조금씩 줄어들어 △16년 34건 △17년 20건 △18년 17건 △19년 8건을 기록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중요성이 높아지는 데 비해 징계는 낮은 수준에 그쳤다. 총 79건의 징계 중에서 72%(57건)가 경징계인 견책과 감봉이었다. 전체적으로 79건 중 파면이 6건, 해임 5건, 강등 1건, 정직 10건, 감봉 21건, 견책 36건이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개인정보를 가볍게 다루는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원대 염건웅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전과기록이나 수사기록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경찰은 개인정보 취급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마음이 급하더라도 영장을 받아서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등 지금은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법이 적용된다는 걸 인식하고 그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