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국내 체육계 첫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폭로에서 가해자로 지목됐다가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대한체조협회 전 고위 간부가 피해자의 재고소로 시작된 추가 수사에서도 재차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서창원 부장검사)는 대한체조협회 전직 고위 간부인 A씨의 상습강제추행 및 상습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지난 3월 말 불기소 처분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전 체조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 이경희(48)씨가 성폭력을 당했다면서 가해자로 지목한 인물이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인 이씨는 지난 2011년부터 3년 동안 체조협회 임원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 2014년 대한체육회에 제출했다.
이후 진행된 체육회 차원의 감사는 A씨가 체조협회에 사표를 내면서 일단락됐다. A씨는 2016년 여름 다시 체조협회 부회장직으로 내정되는 등 체조계 복귀를 꾸준히 시도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2018년 3월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했다.
해당 사건으로 교사 신분이던 A씨는 학교를 그만뒀지만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화면 캡처)
이씨는 2017년 5월 A씨를 강간미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받아든 검찰은 A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친고죄 폐지 이전인 당시 법상 1년 이내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씨는 A씨를 2019년 4월 다시 상습추행과 상습강간미수 혐의로 검찰에 다시 고소했다.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범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형사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이씨의 재고소 사건을 11개월여 만에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자세한 불기소 이유를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미투 폭로 이후 "피해자와 연인 관계였다"는 허위 사실을 퍼트려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현재 서울동부지법에서 정식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