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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丁총리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홍남기에 두차례 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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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긴급재난지원금 절충안 수용 제안하며 홍 부총리 질책
22일 오전 오후 두차례나 불러 사안의 긴급성 설명하며 기재부 양보 설득
문재인 대통령도 기부금 검토 힘 실어주며 당정 조율 압박
정 총리 거듭된 압박에 기재부 뒤늦게 "전국민 지급에 동의" 보도자료 배포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정세균 국무총리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둘러싼 당정 간 이견 조율 과정에서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자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한 절충안 마저 홍 부총리가 반대하자 좀처럼 화를 잘 내지 않는 정 총리가 목소리를 높이며 두 차례나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정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이 먼저 제시한 고소득자 기부 방식의 조율안에 대해 정 총리는 홍 부총리를 지난 22일 하루에 두번씩이나 불러 설득했다고 한다.

정 총리의 분노는 22일 오전 첫번째 만남에서 표출됐다. 홍 부총리가 당의 조율안을 계속 거부하자, 정 총리는 "이 정도로 완화된 안도 못받겠다는 것이 말이되느냐"며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에 홍 부총리는 끝내 답은 하지 않았으나 정 총리는 "수용한 것으로 알겠다"며 단호하게 매듭지었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중재안 수용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고소득자들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기부를 받는 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정 총리는 곧 바로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같은 날 오후 또다시 재정건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할 기미를 보였고, 정 총리가 다시 홍 부총리를 불러 강하게 질책하면서 중재안 수용을 못박았다는 것.

이처럼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70%에서 전국민 지급으로 바꾸는 안을 둘러싼 당정 간 조율 뒤에는 정 총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정 총리는 23일 다시 공개적인 질책에 나섰다.

정 총리는 23일 국정현안조정회의에서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조율된)공식 입장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재부 공직자들이 '당과 총리가 합의한 것이지 기재부는 상관이 없다', '기재부는 입장이 변한게 없다'등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정건전성을 우려하는 기재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정부의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기재부에 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늦게 기재부는 '긴급재난지원금 보완 및 조속 처리요청'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소득 상위 30% 국민의 기부 등을 전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데 당정청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의 강력한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정 총리가 홍 부총리에게 화를 내면서까지 당정간 이견을 중재하고 나선 데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정 총리와 홍 부총리 간의 설득전(戰)이 있기 하루 전날인 지난 21일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당정간 윈윈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70%안과 전국민 지급안 사이 조율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야한다"면서 당정 조율안인 기부금 검토 쪽으로 큰 가닥을 잡아줬다고 한다. 정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 다음 날인 22일 회의석상에서 "긴급지원금 논의를 어쨌든 매듭을 빨리 지어야 한다"고 언급하며 시급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 총리가 홍 부총리를 강하게 설득하는 사이, 문 대통령도 당정 조율을 종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조율안을 통해 당정 간 이견 상황을 빨리 끝내라는 홍 부총리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나 다름 없었던 셈이다. 청와대는 22일 오후 기자들에게 시급성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홍 부총리를 강하게 압박하면서까지 당정 조율을 급히 매듭지은 이유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하루빨리 지급해야 한다는 절박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당초 당정 합의안인 하위 70%에게만 긴급재정지원금을 지급하는 안을 고수했고, 여당은 총선 과정에서 전 국민 지급안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정 엇박자 상황이 연출됐다.

미래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에 미래통합당은 당정 간의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파고들며 총선이 끝난 일주일이 넘도록 추경안 심사를 거부했다.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여당이 협의한 내용을 확인해야 예산 심사를 할 수 있다"고 버텼다.

이에 당정 간 불필요한 공방으로 야당에게 계속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서둘러 당정간 이견 조율을 매듭지으려 당은 물론 정 총리와 청와대까지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적 이유 뿐 아니라 코로나19의 경제 여파가 점점 커지고 있어 서둘러 지원금을 5월까지 국민들에게 풀어야 한다는 우려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계속해서 정책의 신속성을 강조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기간 산업에 대한 지원책이나 일자리안정자금 등이 담긴 3차 추경이 필요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2차 추경을 두고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한편 총리실은 24일 “정 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와 ‘여야가 합의를 하는 경우 정부는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으며, 홍 부총리를 질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 등의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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