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총선 결과와 관련 특별 기자회견을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4·15 총선에서 대패한 미래통합당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황교안 전 대표 사퇴와 함께 최고위원들의 대거 낙선으로 지도 체제 공백 위기에 몰렸다.
당장 당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 오르내린다. 총선에서 살아 돌아온 중량감 있는 인사들은 당권 및 대권을 넘보고 있어 말 그대로 당은 '춘추전국시대'로 흐를 전망이다.
◇통합당 역대급 참패…'춘추전국시대' 예고15일 치러진 21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163개, 통합당은 84개의 의석을 얻었다. 양당의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의석을 합하면 민주당은 180석을 확보해 '공룡 여당'으로 거듭난 반면, 통합당은 103석으로 개헌저지선(100석)을 겨우 턱걸이로 넘는 굴욕적 패배를 했다.
종로 지역구에서 민주당 이낙연 후보에 패배한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15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문제는 황 대표 뿐만 아니라 지도부도 대거 낙선해 사실상 지도 체제가 붕괴됐다는 점이다. 최고위원 11명 중 조경태 최고위원(5선·사하구을)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통합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당 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는 원내대표가 권한을 대행한다. 하지만 심재철 원내대표는 지역구에서 떨어진 상태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도서관 선거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당대표직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따라서 원내대표가 아니면 선출직 최고위원 중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규정으로 조 최고위원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부분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지도체제에 대해선 난상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현 지도부가 일괄 사퇴하는 방법, 당선자를 중심으로 원내대표를 뽑아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당을 정상화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당이 비상상황인만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은 유력한 상태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총선 패배 후 김무성 대표가 사퇴했으며 원유철 원내대표가 권한대행, 정진석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비대위가 꾸려졌고 8월에 전당대회를 통해 이정현 대표가 선출된 바 있다.
통합당은 앞서 중도보수 통합 과정에서 전당대회를 오는 8월에 열기로 한 바 있다. 따라서 지도체제 논의, 비대위 전환, 전당대회 개최 순의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5선 중진, 홍준표 등 대권 잠룡 각축전이번 총선에서 생환한 중진 및 잠룡들은 당권과 대권을 저울질하며 물밑 움직임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유력주자들은 줄줄이 낙선하며 차기 권력의 키는 '무주공산' 상태에 놓였다.
중진급 중 주목되는 인물은 조경태 의원 뿐만 아니라 정진석(5선·충남 공주·부여·청양),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서병수(5선·부산진구갑) 의원 등이다. 5선의 무게감이 입중된만큼 지도체제 구성에 있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정진석 의원은 1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향후 역할에 대해 "당의 중진 입장에서 고민이 없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또 당의 책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4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홍준표(5선‧대구 수성을), 권성동(4선‧강원 강릉), 김태호(3선‧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윤상현(4선‧인천 미추홀을) 의원. (사진=연합뉴스)
통합당에서 공천 배제돼 무소속 출사표를 던졌다가 생존한 홍준표 전 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 전 지사(경남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 윤상현(4선·인천 동구미추홀을), 권성동(4선·강원 강릉) 의원의 행보도 관심 대상이다.
황교안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무소속 출마자들에 대한 '영구 입당 불허' 방침을 밝혔으나, 선거 참패로 한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복당이 결국 이뤄지는게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권 의원은 16일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에 복귀할 경우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지사는 대권에 윤상현, 권성동 의원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1년6개월 전 기준으로 당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른바 '대권·당권 분리 조항'이다. 따라서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의 경우 전당대회에 도전하지 않겠지만, 자신을 뒷받침할 세력을 지원할 것으로 보여 전당대회 각축전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유력 주자로는 통합 과정에서 당권을 양보하고 총선에서 묵묵히 지원유세를 한 유승민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총선 참패 속에서도 유승민계는 유의동, 김웅, 유경준, 김희국, 강대식, 조해진, 하태경, 류성걸 등 10명 이상이 생환하며 영향력을 입증했다.
유 의원은 16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을 통해 "저희들이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며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라고 밝혔다. 그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그가 대표 브랜드인 '개혁보수'를 기치로 기지개를 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종인 비대위' 불씨, 살아있을까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경우 누가 위원장을 맡을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다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역할론과 관련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는 김종인 외에 다른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현실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가장 능력있는 인사, 중립적인 인사로 누가 올 것인가 하면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당에서 요청하면 김 위원장 등판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이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은 과정에서 보듯 단순히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징검다리형 비대위'는 맡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가 총선을 하루 앞둔 기자회견에서 "이 정당을 유능한 야당으로 개조하는 일도 거침없이 임하겠다"고 언급한만큼 대대적인 전권을 준 '혁신' 비대위를 맡겨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 일각에서는 총선 참패로 의석 100석을 겨우 넘는 '없는 살림'에 당권 및 대권을 두고 '밥그릇 싸움'이 요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 체질 개선과 처절한 패배 복기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