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여는 '선생님과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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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외화 '선생님과 길고양이'(감독 후카가와 요시히로)

(사진=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에 마음의 벽을 쌓았다.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말이다. 그러다 보니 그 벽 안에 자신조차 갇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벽을 조금씩 건드리는 건방진 생명체가 나타난다. 자신을 툭툭 건드는 생명체 '길고양이'에게 마음을 내어주며 닫았던 마음도 서서히 열린다. '선생님과 길고양이'는 그 과정을 그려낸 영화다.

'선생님과 길고양이'(감독 후카가와 요시히로)는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는 전직 교장 선생님(이세이 오가타)이 마을 사람들과 실종된 길고양이를 찾으며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가는 따뜻한 감성 드라마다.

아내와 사별 후 슬픔에 빠진 교장 선생님 앞에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길고양이가 나타난다. 길고양이는 이름도 많다. 누군가에게는 '치히로'로 불리고, 누군가는 '솔라', '타마코'라 부른다. 그러나 교장 선생님에게 치히로이자 솔라이자 타마코인 이 길고양이는 그저 불편한 존재다. 길고양이를 볼 때마다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했던 아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매일 가는 제과점에서 파는 빵에 들어가는 버터가 바뀐 것도 알아차릴 정도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가 교장 선생님이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의 선을 긁어대는 길고양이가 영 탐탁지 않다. 더군다나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에 몰래 들어와 아내의 영정 사진 앞에 앉아 있는 길고양이를 보고 있자면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오른다.

교장 선생님은 고양이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구멍을 꼭꼭 막아버린다. 마치 아내를 떠나보낸 후 자신의 마음을 꼭꼭 닫아둔 것처럼 말이다.

매일 쫓아내도 다시 찾아오는 길고양이와 신경전을 벌이던 어느 날, 길고양이가 찾아와 문을 긁어댄다. 긁어대고, 두들기고, "냐앙~냐앙~" 거리며 계속 문을 열어달라고 하지만, 교장 선생님은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에게도 꺼내놓지 않았던 그리움과 슬픔을 길고양이에게 쏟아낸다. 고양이만 보면 아내가 생각나니 오지 말라고 소리친다.

(사진=찬란 제공)

 

그 후 길고양이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교장 선생님은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마을 사람들과 열심히 길고양이를 찾아다닌다. 전단도 만들고, 동네 구석구석 지쳐 쓰러질 때까지 열심히 찾아다닌다.

치히로, 솔라, 타마코, 고양이를 외친다. 건방지고 콧대 높던 고양이가 자신이 뭐라고 하면 "미~"라고 대답하곤 했다며, 교장 선생님은 '미'를 외치며 동네를 돌아다닌다. 아내를 떠올리기 싫어 매몰차게 내쫓았던 그 길고양이를 쉬지 않고 찾아 헤맨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치히로이자 솔라이자 타마코인, 그리고 자신에게는 '미'인 길고양이. 교장 선생님은 또다시 잃어버렸다는 슬픔에 후회한다. 잘 해줬어야 하는데 못되게 굴었다며 이야기한다. 이는 길고양이에게 하는 말이자, 죽은 아내를 향한 독백인지도 모른다.

사라진 길고양이를 찾다 돌아온 집. 어둠이 바닥까지 짙게 깔린 집에 홀로 앉아 교장 선생님은 아내를 떠올린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인생의 즐거움 중 하나를 잃는 거라고 말했던 아내가 눈앞에 선하다. 어차피 고양이는 죽는다며, 고양이의 죽음 같은 건 다른 사람이 슬퍼하게 놔두라고 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막상 소중한 사람이 죽자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교장 선생님이 내어주고 싶지 않았던 건 자신의 집, 아내의 영정 사진 앞이라는 작은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자기도 모르게 아내와 함께했던 공간을 차지한 길고양이를 볼 때마다 아내가 곁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 봐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애써 억눌러 온 슬픔이 터져 나올까 그렇게도 매몰차게 길고양이를 내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고양이를 통해 교장 선생님은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고, 아내를 잃은 슬픔과 조금씩 이별해 나간다. 슬픔의 감정을 마을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슬픔을 덜어간다. 굳게 닫혔던 자신의 마음을 여는 법을 알게 된다. 상실의 슬픔을 어떻게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지 배웠다. 그 중심에는 아내가 사랑했던 '고양이'가 있다.

여러 작품을 통해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양이 배우로 부상한 '드롭'의 첫 번째 단독 주연작이다. 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과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저 사랑스럽고 설렌다. 역시, 고양이는 사랑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4월 9일 개봉, 107분 상영, 전체 관람가.
(사진=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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