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인천의 대표적인 보수 강세 선거구로 꼽히는 동구미추홀구갑 선거구는 12년간 자리를 지켰던 현역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 이어 꾸준히 지역을 지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58) 후보와 지역 연고는 없지만 보수 표심을 등에 업은 미래통합당 전희경(44·여) 후보가 총력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3선 미추홀 구의원을 지낸 ‘인천 토박이’ 정의당 문영미(53·여) 후보와 국가혁명배당금당 이상욱(45)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4파전으로 치러진다.
인천의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이 선거구는 유권자들이 단 한 번도 신인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았던 징크스를 이어갈지 아니면 보수 강세 지역의 명맥을 유지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 8전 7승 보수 강세 지역 VS 신인 후보 당선 불가 지역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인천에서도 뚜렷한 보수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는 각각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른 8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집권여당이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국회 과반 의석을 얻은 17대 총선을 제외한 7번 선거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 강세 현상은 최근 치른 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동구와 미추홀구가 선거구로 통합되기 전인 2017년 19대 대선 득표율 결과를 보면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은 동구 문재인 37.1%, 홍준표 25.7%를 얻었다. 미추홀구에서는 문재인 38.0%, 홍준표 23.9%를 득표했다. 인천 지역 전체 득표율인 문재인 41.2%, 홍준표 20.9%와 비교하면 홍 후보가 각각 3∼4% 높았다.
다음 해인 2018년 7대 지방선거의 인천시장 개표 결과 역시 양상은 비슷했다. 동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50.8%, 자유한국당 유정복 후보는 43.0%를 얻었다. 미추홀구에서는 박남춘 53.8%, 유정복 39.4% 득표했다. 인천 지역 전체 득표율인 박남춘 57.6%, 유정복 35.4%와 비교하면 유 후보가 비교적 선전한 지역이었다.
동구·미추홀구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고정층이 분포하고 있어 민주당 계열 후보가 당선되기 쉽지 않다는 게 정계 안팎의 평가다.
그러나 이 지역은 신인보다 기존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미추홀구갑의 경우 이 지역구에서 12∼15대 내리 4선을 지낸 심정구(89) 의원을 제외한 16대∼20대 총선 당선자 가운데 이 지역에 처음 출마해 당선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민봉기(84) 후보는 앞선 1998년 2대 지선에서 남구청장 후보로 나와 낙선한 경력이 있다. 17대 총선에서는 직전 선거에서 민 후보에게 패했던 새천년민주당 유필우(75) 후보가 당선됐으며, 당시 상대편 후보는 홍일표(64) 후보였다.
18대 총선서 당선된 홍 후보는 이후 통합진보당 김성진(60) 후보,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후보의 도전을 물리치고 3선에 성공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공교롭게도 재도전하는 진보진영 후보와 이 지역에 처음 출사표를 던진 보수정당 후보가 맞붙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동안 이 선거구에서 이어졌던 2개의 징크스 중 한 가지는 깨질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후보 (사진=허종식 후보 선거캠프 제공)
◇ 재도전하는 ‘40년 동네 사람’ 더불어민주당 허종식허종식 후보 입장에선 이번 선거가 미래통합당 홍일표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같은 당 전희경 후보를 상대로 하는 '설욕전'이다.
전남 완도 출신인 허 후보는 경북 포항제철공업고교를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통해 인하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 졸업 후 경인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에서 근무한 허 후보는 1994년 개인 공무원 비리 규모로는 역대 2위(79억원)를 기록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을 단독보도해 한국기자대상을 받으며 지역 대표 언론인으로 활약했다. 당시 그는 '세도(세금도둑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스팔트 밑에 흐르던 서울 청계천의 실상을 보도해 청계천 복원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를 담당 기자로도 활약해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해박하다.
2011년 송영길 인천시장 시절 인천시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지만 2016년 총선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인천미추홀갑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다 2018년 민주당 박남춘 시장이 당선되면서 초대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으로 또다시 전격 발탁돼 행정 경험을 쌓았다.
허 후보의 장점은 특유의 소탈함과 친화력,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라는 게 정계 안팎의 평가다. 특히 미추홀구에서 40년 가까이 지내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상당히 파고들어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다.
미래통합당 전희경 후보 (사진=전희경 선거캠프 제공)
◇ 지역구 첫 출마하는 '전다르크' 미래통합당 전희경전희경 후보는 나이와 정계 경력에 비해서는 드러나는 활동이 꽤 활발한 편에 속하는 정치인에 속한다. 서울 출생인 전 후보는 경기 의정부시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뒤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한국경제연구원 정책팀장,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등 보수성향의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했다. 2015년 박근혜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때 이를 옹호하는 발언과 활동을 펼쳤고 당시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에 영입되면서 본격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는 상대방을 매섭게 몰아세우는 특유의 화법과 적극적인 행보 등 '센'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여전사', '전다르크'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 부대표를 지냈고 2017년 19대 대선 때는 소속 당의 홍준표 후보 선거본부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넓혔다.
정치권에서는 전 후보가 당내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파한다는 점에서 계파 정치인보다는 이념 운동가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전 후보의 고향인 의정부을 지역구에 출마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미래통합당 공관위원회에 의해 인천 동구미추홀구갑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인천에 전혀 연고가 없지만 특유의 전투력과 홍일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조직을 전 후보에게 그대로 넘겨주면서 적극 지원하는 점 등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정의당 문영미 후보 (사진=문영미 후보 선거캠프 제공)
◇ 진짜 '인천 토박이' 정의당 문영미, 활약은?
지역 정가는 정의당 문영미 후보를 이번 선거 최대 변수로 꼽는다. 문 후보의 득표에 따라 허 후보와 전 후보 간 당락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인천에서 태어나 인화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인천 토박이다. 전 후보와는 대학 동문인 셈이다. 4∼6대 지방선거 남구의회 의원애 출마해 당선된 3선 구의원으로 후보 가운데 지역 정서를 가장 잘 아는 후보로 평가받는다.
2018년 7대 지선에서는 체급을 높여 남구청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러나 문 후보가 지난 4번의 선거에서 받은 득표율은 11∼17%로 10% 이상의 득표력을 갖고 있다.
◇ '인천 대표 원도심' 선거구…50대 이상 유권자 절반 넘어인천 동구와 미추홀구는 대표 원도심 지역으로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높다. 그러나 전면 철거방식으로 인한 공동체 붕괴를 염려하는 주민들도 많아 개발에 거부감도 보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각 당의 후보들도 도시재생·개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허 후보는 △경인전철 지하화 △승기천 물길복원 △주안산단 구조고도화로 일자리 3만개 창출 △동인천 북광장 역세권 개발 △만월·송월역 신설 △트램 설치 △버스노선확충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전 후보는 △GTX-B노선 주안 정차 △동인천역~송림로터리역 트램 설치 △인천지하철 3호선 건설 △주안~시민공원 지하상가 연결 등을 내세웠다.
문 후보는 △만 20세 청년에게 3000만원(가장 50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기초자산제 도입 △금융자산 100억∼500억원 보유자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초부유세 제정 △국회의원 특권 폐지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 △도시재생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 걸었다.
동구미추홀구갑 선거구는 50대 이상 유권자 인구가 절반을 넘을 만큼 장년층과 노년층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올해 2월 기준 이 지역구 연령별 인구분포를 보면 20대(18∼19세 포함) 3만4649명, 30대 3만5005명, 40대 3만9603명, 50대 4만1598명, 60대 이상 7만1633명이다. 60대 유권자가 20∼30대 유권자를 합한 것보다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투표율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어느 연령대의 투표율이 높거나 낮은 정도에 따라 후보 간 희비가 엇갈리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