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주' 김영춘 vs '재기' 서병수…부산 진구갑 표심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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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스포⑬] 3%p 차이로 두번이나 승패 엇갈린 부산 진구갑…이번에도 박빙
김영춘 "서울서 의원 포기하고 내려와 10년 활동…큰 정치 해보고 싶다"
서병수 "부산시장 경험, 부산시 전체가 내 지역구…586운동권이 국가 망쳤다"
'문재인' 뽑았다는 부산 할매 "마, 지금은 모르겠다"
취업준비 알바생은 오히려 '경제 두둔'…"그라믄 예전 대통령은 잘했습니까?"
무소속 정근 후보, 총선 완주 재차 강조 "진구에서 평생 살 사람 뽑아야"

국회의원 300명이 오는 15일 뽑힌다. 전국 253개 지역구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CBS노컷뉴스는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격전지 유권자들을 만나 해당 지역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후보의 고민과 전략을 공개하는 '스포일러' 연속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왼쪽)와 미래통합당 서병수 후보 (사진=김구연 기자)

 

부산 최대 상권 지역인 진구갑은 총선 때마다 가슴 졸이는 명승부가 펼쳐지는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동진(東進) 전략으로 '부산은 보수정당의 텃밭'이라는 통념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19대와 20대 총선에서는 단 3%p가량 차이로 승패가 엇갈렸다.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가 3.7%p 차이로, 20대 총선에서는 2.9%p 차이로 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각각 승리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박빙이다. 민주당 김영춘 후보는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확실한 '부산 맹주'로 자리매김하고 대권을 향한 발판을 만들고자 한다.

도전장을 내민 선수는 관록의 정치인 미래통합당 서병수 후보다. 서 후보는 지난 201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상태다. 그는 이번 총선을 통해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진구갑 토박이, '서울뱃지' 포기하고 10년 활동"

(사진=김구연 기자)

 

민주당 김영춘 후보는 9일 오전 8시쯤 신발끈을 고쳐매고 당감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사거리에 섰다.

코로나19 사태로 거리가 한산해지자, 출근길 인사를 통해 더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김 후보가 유세를 시작한 지 5분여 만에 소형차 한 대가 김 후보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돌진해 사고가 났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고,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 후보는 운전자를 진정시킨 뒤 출동한 경찰관에 "이곳 사거리가 다소 혼잡하니, 신호등 체계 등을 좀 정비할 필요가 있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고 인사하며 '주먹 펀치'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악수 대신 주먹을 맞부딪치는 인사다.

김 후보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과거를 대표하는 후보와 앞으로 미래 발전을 이끌어 갈 후보와의 대결"이라며 "저는 이 지역 토박이 출신이다. 서울에서 의원직을 포기하고 내려와 10년 동안 활동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대권 등 더 큰 행보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그는 대권 계획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당선이 된다면, 통합과 혁신의 길로 대한민국을 이끄는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큰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16.17대 서울 광진갑에서 두 차례 당선된 후 19대 총선에서 부산 진구갑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20대 총선에서 진구갑에 재도전해 당선됐고, 이후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운동권 정치, 국가 망쳐…경제파탄 책임 물어야"

(사진=김광일 기자)

 

서 후보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부산어린이대공원에 모인 중장년층의 유권자를 빠짐 없이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서병수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명함을 나눠줬다.

부산시장을 지냈던 서 후보를 알아보는 유권자들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한 노인은 서 후보에게 먼저 다가와 "서 후보, 응원합니더"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감사합니다. 꼭 이기겠습니다"라고 화답한 서 후보는 힘을 얻은 듯 더욱 분주한 발걸음으로 유권자들을 만났다. 결국 10여분 만에 주위에 있는 모든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다 나눠주게 됐다.

서 호보는 주변에 유권자들이 더 없는지를 살펴본 뒤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김영춘 후보는 586 운동권의 맏형이다. 586 운동권 정치가 국가와 사회를 망치고 있는 것을 두고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출마하게 됐다"며 "이번 선거의 의미는 지난 3년 동안 문재인 정권이 망쳐 놓은 경제 파탄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나를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한다. 부산시장도 했으니, 부산시 전체가 제 지역구나 마찬가지"라며 "구석구석 어떤 현안이 있는지 자세하게 알고 있다"고 스스로가 진구갑 발전의 적임자임을 부각했다.

서 후보는 해운대기장군에서만 내리 4선을 하고 2014년에는 부산시장까지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다.

◇"문재인 뽑아줬재…마, 지금은 모르겠다"

부산 진구의 한 시장 골목(사진=김구연 기자)

 

기자가 만난 주민들 중에는 경제 문제에 대한 하소연이 많았다. 통합당이 내세우는 '경제 심판론'과 맞닿은 대목이다.

당감시장 앞에 70대 할머니 셋이 모여 있었다. 장갑과 모자를 착용한 할머니들은 모처럼 햇볕이 따뜻해 들판으로 쑥을 캐러 간다고 했다.

한 할머니는 4.15 총선과 관련해 묻자 대뜸 성질을 버럭 내며 "문재인 대통령, 금마가 젊은 애들 취직도 시켜준다 안했어요? 근디 요즘 보면 애들이 취직이 안되가 놀고 있다 카던데"라고 말했다.

이어 "내 지난번에 문재이니 뽑아줬지요. 근데 마, 지금은 모르겠다"면서 말끝을 흐리자, 다른 할머니가 끼어들어 "아니 진짜, 욕이 나온다"고 성토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노령연금 올린다고 말로만 해쌌고. 왜 할매들한테 거짓말 한대요"라며 "민주당, 즈그들도 한 번 당해봐야지"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민상규(60) 씨는 "정부는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안 좋다 카는데, 그 전에도 안 좋았어예"라며 "문 대통령 찍었던 사람 10명 중에 3명 정도는 돌아서지 않았겠습니꺼"라고 말했다.

◇"코로나 대응 잘했쟤·…경제는 누가해도 똑같고"

부산 진구갑 지역의 한산한 거리 모습(사진=김구연 기자)

 

물론 '경제 심판'을 반박하는 주장들도 상당수 있었다. 정권 탓이 아니라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변수에 따른 불경기라는 얘기다.

공대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25살 여성은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용돈벌이를 하면서 자격증 시험을 중이라고 했다.

그녀는 "솔직히 전 대통령들은 그라믄 잘했습니까? 저는 경제는 누가해도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올려줘서, 알바생들은 좋아졌지요"라며 "저는 민주당이 나아요. 통합당 뽑아주면,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하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신천지 그분들만 아니었어도 지금보다는 나았지요. 정부는 빨리빨리 대응 잘 했어요"라며 "어른들은 맘 돌린 분들 있다 카지만, 저희들은 그나마 나은 당이 민주당이라 생각해요"라고 덧붙였다.

불경기에 시달린다는 택시기사 양인주(68) 씨는 "경제 실정이 아이고, 미중 무역관계가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경제가 나빠진거지"라며 "코로나 재앙도 있잖아요. 그게 정부 잘못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양 씨는 "지금 38선 조용하고, 코로나도 동선 잘 파악해서 사람들 부르고 있지예"라며 "중국 사람들 못막아서 문제라 카든데, 중국에 우리나라 사람 얼마나 많습니꺼? 내 나라 사람도 막을 순 없잖아요"라고 정부의 대응을 칭찬했다.

◇갈팡질팡 유권자…무소속 정근 후보 변수될까

무소속 정근 후보 (사진=정근 후보 측 제공)

 

기자가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변화가 없다는 회의적인 얘기도 곁들였다 .

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아주머니(51)는 "누구로 할지 모르겠십니더. 누가 하든 도긴개긴 아닌교"라며 "다 비슷비슷합니다. 누가 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이고"라고 했다.

경제 심판론이 일부 효과를 보지만, 판세를 뒤엎을 상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가운데 무소속 정근 후보의 행보도 관심이다.

CBS와 국민일보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김영춘 후보 44.5%, 통합당 서병수 후보 36.2%, 무소속 정근 후보는 9.3%였다.

정 후보의 단일화가 막판 판세의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 후보는 아직까지 서 후보와의 단일화에 명확히 선을 긋고 있다.

정 후보는 통화에서 "진구갑에 잠시 왔다가 떠나는 사람 말고, 진구에서 평생 살고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저는 끝까지 완주해서, 선택을 받든 심판을 받든 주민들이 결정하게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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