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잔인한 4월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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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기 칼럼]
-해외유입, 유동인구 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코로나19로 가치관도 변화
-이른 바 선진국들의 허술한 사회안전망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재확인
-잔인한 4월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찬란한 5월을 맞이 하기를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벚꽃길(국회 뒷편)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차량 및 보행자 통행이 금지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의 첫 소절은 '4월은 잔인한 달'이다. 1차 대전 이후 황폐한 정신적 상황을 묘사한 것이지만, '라일락꽃'을 피우는 희망도 담고 있다.

올해는 정말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가 절절히 공감된다.

국내 감염자의 확산 세는 꺾이고 있지만 해외유입과 유동인구가 크게 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한이 2주 연장됐다.

4월, 온 천지는 꽃밭이고 미세먼지까지 줄어든 하늘은 왜 저리도 푸르고 맑은지.

두 달 가까이 집에만 갇혀있던 시민들이 참아내기에 올 봄은 유난히 아름답다.

학생들은 석 달이 넘도록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입시의 긴 터널을 뚫고 온 대학 신입생들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캠퍼스를 밟아 보지 못한 채 아쉬운 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경제생활은 물론 가치관까지 바꿔 놓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의 한 병원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우리에게 이른 바 '선진국'으로 인식돼 선망의 대상이었던 유럽과 미국의 무기력한 모습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세계 경제를 한 울타리로 묶으며 자본의 국경 없는 이동과 기업 활동을 보장해온 '신자유주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정부나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시장의 자율(사실은 기업의 자율이지만)에 모든 것을 내맡긴, 가장 선진적이라던 이 경제기조의 그늘이 코로나19로 그대로 노출됐다.

최소한의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한 '오바마케어'조차 정착하지 못한 자본지배의 국가 미국은 코로나19의 습격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가 됐다.

유로화라는 하나의 통화와 경제블럭으로 묶인 유럽 역시 경제체질이 약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물론 경제강국 독일과 영국도 코로나19앞에 맥을 못추고 있다.

올림픽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지 않은 재난선진국 일본은 어떤가.

모두들 의료공공성이 잘 확보되고 방역에 성공적인 한국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4월, 한국에서는 오히려 '종교'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4월은 큰 종교적 행사가 치러진다. '부활절'도 있고 '석가탄신일'도 있다.

그 행사들이 얼마나 화려하고 웅장했는지. 그리고 코로나 때문이기는 하지만 올해처럼 차분하지고 경건하게 치를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일부에서 정부의 지침을 무시하며 모임을 강행하는 사례들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모금이나 헌금이 모여지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품고 위안을 삼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코로나19감염사태는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다.

김동리는 오월을 노래한다.

"학들은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고
햇살은 강물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땅 위에 가득 찬 5월은 내 것
부귀도 선향(仙鄕)도 부럽지 않으이"

'잔인한 4월'이 지나면 5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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