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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양동근 "은퇴 투어? 그 정도 선수가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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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이한형 기자)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은퇴 결정을 내렸습니다."

양동근(39)은 마지막까지도 겸손했다. 우승 반지 6개를 꼈고, 정규리그 MVP 4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에 빛나는 KBL 역대 최고 선수 중 하나지만, 스스로 '최고'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운이 좋은 선수"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양동근이 정든 코트를 떠났다. 14시즌(군복무 기간 제외)의 프로 생활을 끝내고, 이제 지도자로 제2의 농구 인생을 준비한다.

양동근은 1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나는 운이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말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들과 좋은 감독님, 좋은 코치님 밑에서 너무 행복하게 생활했다. 남들 못지않게 우승도 많이 했다.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에 데뷔했다. 2003-2004시즌 현대모비스와 KCC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로 1순위 지명권이 현대모비스로 넘어왔고, 현대모비스에서 유재학 감독과 함께 6번의 우승을 일궜다. 통산 665경기(정규리그)에 출전해 평균 11.8점 5어시스트를 기록한 KBL의 전설이다.

양동근은 "농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쏘리와 땡큐였다"면서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패스를 못 주는 가드니까 이해해달라고 했다. 패스를 못 주면 쏘리라고 했고, 그 친구들이 준 걸 못 넣은 다음 그 친구들이 잡아서 넣어주면 땡큐라고 했다. 국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패스를 잘하는 가드가 아니기에 알아서 잡아 슛을 던지라고 했다. 이해해주고, 또 믿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꽤 오래전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양동근은 "항상 은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두고 경기를 많이 뛰었다. 군대에서 발목 수술을 하고부터 은퇴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면서 "은퇴하는 형들을 볼 때마다 아쉬워하는 모습을 봤는데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미련이 남거나, 아쉽다는 마음을 갖기 전에 오늘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시즌이 된 2019-2020시즌 양동근은 평균 28분24초를 뛰며 10점 4.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이었다.

하지만 양동근은 "은퇴 생각은 매번 FA가 될 때마다 했다. 올해 이렇게 결정했지만, 지난해 은퇴를 했어도 어차피 내 결정이니 나쁜 결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팀 가드들, 또 우리 선수들과 경쟁해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이지 그동안 해왔던 것으로 뛸 수는 없다.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은퇴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양동근은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

양동근은 "내가 최고라는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기사들이 올라와 욕을 많이 들어 속상하다"면서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보다 한 달 더 뛰고, 열심히 했던 선수였던 것 같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저 선수가 있을 때 믿음이 가고, 이기든 지든 저 선수가 한 번 뛰었으면 좋겠고, 열심히 했던 선수라고 팬들 기억에 남고 싶다"면서 "선수들에게는 나랑 뛰었을 때 참 좋았다는 생각만 갖게 한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실 KBL 레전드다운 은퇴는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리그가 조기 종료됐고, 은퇴 투어 같은 성대한 은퇴식도 없었다.

양동근은 "(은퇴 투어 같은) 꿈은 많이 꾼다. 올해까지 하고 그만두겠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다만 은퇴 투어는 내가 받아야 할 게 아닌 것 같다. 형들이 했는데 나는 그 정도 선수가 아니다"라면서 "은퇴를 정해놓고 뛰는 시즌은 어떨지 생각도 해봤는데 동기부여가 안 될 것 같다. 꿈만 꿔봤다"고 말했다.

이제 양동근은 지도자로 변신한다. 코로나19로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지도자가 목표다.

양동근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든 상황이라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유재학 감독님 밑에서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말하고, 이해시키는지 지금도 배우고 있다. 어떤 지도자가 될 거라는 말은 아직 생각할 수 없다. 배워야 할 게 많다. 일단 더 많이 배워서 나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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