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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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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외화 '그 누구도 아닌'(감독 아르노 데 팔리에르)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잊고 싶었던,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내 안의 어둡고 깊숙한 곳에 감춰둔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나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나를 옭아매는 또 다른 '나'를 마주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프랑스 영화 '그 누구도 아닌'(감독 아르노 데 팔리에르)은 '한 명의 여자, 그리고 네 개의 인생'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영화는 남편과 파리로 이주해 작은 학교의 선생님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여자 '르네'(아델 하에넬)의 이야기다. 르네는 어느 날 옛 동료 타라(젬마 아터튼)가 찾아오면서 피할 수 없는 네 개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네 개의 기억은 각각 네 명의 서로 다른 배우가 연기한다. 네 개의 기억은 각자가 지닌 이름도 모두 다르다. 자유롭고 싶은 서른 살의 르네(아델 하에넬), 사랑을 원한 스무 살의 산드라(아델 엑사르쇼폴로스), 행복을 찾아 나선 열세 살의 카린(솔렌 리갓), 세상이 궁금했던 여섯 살의 키키(베가 쿠지테크).

이들 넷은 모두 다른 인물이면서, 동시에 한 명의 인물이다. 네 명의 배우가 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영화는 네 개의 기억 속 존재하는 인물, 르네, 산드라, 카린, 키키가 서로 다른 독립된 존재로서 보이게끔 만든다.

우리는 지금의 나와는 달리 10대, 20대 등 그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이 개별적인 정체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네 명의 다른 인물이 각 시절을 연기하길 원했는지 모른다.

마치 우리의 삶이 연속성을 지니고 이어져 오고 있지만, 하나하나의 내 기억과 과거의 흔적이 모두 '지금의 나'와 데칼코마니처럼 온전하게 닮은꼴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 누구도 하나의 인생을 살지는 않는다"는 영화의 카피는 더욱 와 닿는다.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는 현재의 르네와 과거의 세 기억 사이를 오가며 비춘다. 르네가 과거에 겪은 삶은 하나같이 폭력적이고 어둡다. 과거에도 현재도 르네의 웃음에는 자유나 행복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외롭고 공허함이 가득하다.

이처럼 잊고 싶었던 르네의 기억을 하나씩 들춰내며 감독은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그려낸다. 과거의 키키, 카린, 산드라, 그리고 지금의 르네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말이다.

굳이 르네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서 보여준 것은 이 혹독한 삶이 남긴 상흔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와 비슷하면서 달랐던 세 명의 나를 온전히 품어내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던 건지 모른다. '그 누구도 아닌' 진짜 나로서, 르네로서 자유를 향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개별적 존재들의 이야기를 오가던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결국 현실의 한 인물, 르네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출산 후 아기에게 돌아오겠다고, 너는 내가 책임진다고 말한 후 경찰서로 향하는 르네의 뒷모습은 도망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 누구도' 될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서른 살에 다시금 맞이한 고난 앞에 도망치기보다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간 잊고자 했던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르네의 모습으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과거와 달리 강해진 르네의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아마 이 답답하고도 잔혹한 여성의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한 것도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였다는 생각 말이다. 그만큼 영화의 엔딩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두 명의 아델, 아델 하에넬과 아델 엑사르쇼폴로스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물론 두 아델의 연기도 연기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열세 살의 르네 '카린'을 연기한 솔렌 리갓에게 눈길이 간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솔렌 리갓의 눈빛에 주목하길 권해본다.

3월 26일 개봉, 111분 상영,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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