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정이 방치한 제주 지적장애 가족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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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 16년 걸쳐 2억 원대 복지급여 횡령 의혹
담당 공무원, 지출내역 등 점검 안 해…지침 어겨
서귀포시 "제대로 관리 못했다…죄송스럽게 생각"
폭언·폭행에 강제노역 의혹도…경찰 수사중

주희 씨 어머니와 아버지. (사진=고상현 기자)

 

큰아버지가 16년 동안 지적장애 가족의 복지급여 2억여 원을 가로챈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점검 의무가 있는 서귀포시 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30일 CBS노컷뉴스 단독 취재 결과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큰아버지 A(71)씨가 온 가족이 지적장애가 있는 주희(가명‧24‧여)씨 가족의 복지급여 2억 5천만 원을 가로챈 정황이 포착됐다.

A 씨의 조카인 주희 씨는 지난 1월 29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큰아빠가 아빠 통장을 가져갔는데, 생활비를 따로 준 적이 없다. 엄마, 아빠 다 합쳐서 한 달에 1~2만 원 정도만 줬다"고 주장했다.

주희 씨 아버지(61)도 "큰형님이 돈을 모두 가져갔다. (이가 다 빠져서) 이도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고 내 돈으로 차 2대를 샀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수사팀도 A 씨가 매달 200여만 원씩 주희 씨 가족 앞으로 들어오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 등을 횡령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급여 관리자'였던 A 씨가 제대로 급여를 사용하고 있는지 관할 서귀포시 공무원이 반기별로 확인‧점검을 해야 했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10여 년 동안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7년부터 지침을 통해 의사능력이 미약한 정신장애인의 수급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급여 관리자'를 지정하고, 관할 읍‧면‧동 공무원이 점검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은 반기마다 급여 관리자였던 A 씨가 주희 씨 가족에게 급여를 제대로 썼는지 점검하기 위해 입출금 내역 등을 확인하고 점검표를 작성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이다.

특히 보건복지부 지침상 급여 관리자가 3촌 이내의 친족이라도 이번 사건처럼 수급자와 주거를 같이하지 않는 경우에는 급여 관리 점검 대상이다.

그런데도 서귀포시는 가족인 큰아버지가 급여 관리자라는 이유로 급여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사실상 손을 놨다.

담당 공무원이 급여 지출 내역을 제대로 확인만 했다면 주희 씨 가족이 처했던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기에 지적장애 가족의 고통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서귀포시 관계자는 "그동안 급여 지출 내역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9일 제주시 모처에서 주희 씨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A 씨는 복지급여 횡령 의혹 외에도 주희 씨 가족을 폭행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등에 강제로 일을 시키고 제대로 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도 장애인복지법(폭행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 씨를 입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A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간혹 훈계 목적으로 욕을 한 적은 있으나 동생네 가족을 때린 적은 없다"고 답변했다.

수급비 횡령 의혹에 대해선 "이틀마다 1~5만 원씩 용돈을 줬다. 수급비를 마음대로 쓴 적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강제로 일을 시켰다는 의혹에 대해선 "가족이기도 하고, 집에서 노는 것보다는 일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일을 시킨 것이지, 강제로 일을 시킨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평소 자식에게도 손찌검을 한 적이 없고, 봉사활동도 자주 한다. 동생네 가족의 사정이 딱해 그동안 돌봐줬는데, 이런 의혹을 받고 있어서 억울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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