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피해자 연관 검색어' 손 놓은 포털…여성 두 번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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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포털 등의 안이한 조치가 피해자들 '2차 가해'"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피해자 관련 게시물 신속히 삭제해야"

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이 디지털 성착취 범죄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26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전방위적인 수사뿐 아니라 가해자들에 대한 강경한 처벌과 두려움에 숨어든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회견 현장에서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장내자", "성착취 방을 이용한 모두가 공범이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특히 이 자리에 함께한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은 포털 사이트에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거리낌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n번방 사건 피해자의 이름과 사진을 정보통신망에 올리고 있다"며 "피해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고, 피해자와 가족은 매일 같이 온갖 매체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신고하느라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2항에 따르면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피해자의 주소, 이름, 나이, 직업 등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 사진 등을 공개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변호인단은 대형 포털사이트에 "텔레그램 n번방 ○○○"와 같은 식으로 피해자와 관련해 올라오는 '자동 완성어', '연관 검색어'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피해자가 요청해 삭제된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 다시 자동 완성어와 연관 검색어로 피해자 이름이 올라와 많은 이용자들이 알게 됐다"고 전했다.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은 현행법상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해 임의 삭제, 게시 중단 등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변호인단은 "포털 사이트는 모든 게시물을 피해자가 먼저 신고해야 한다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인적사항이 오르지 않도록 필터링하고, 피해자가 반복해 신고하지 않아도 게시물이 삭제될 수 있도록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진행 중인 피해자 관련 정보 삭제 조치도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방통심의위는 사진이나 영상물이 포함된 게시물을 24시간 내 삭제하도록 하고 있지만, 피해자 인적사항만 게시된 경우엔 일반 게시물로 분류해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들의 범행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11조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수입하거나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법정에서 선고되는 형량을 보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7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와 동향분석 결과'를 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한 성범죄자의 최종심 유기징역 평균 형량은 징역 3년 2개월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20.8%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39%였다. 선고유예된 경우도 1.3%였다. 법원은 범행 전력(24.4%)과 피고인의 반성(21%), 범행 시인(15.5%) 등을 이유로 형을 줄여줬다.

이런 국내 현실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유사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은 기존의 강요, 협박, 착취에서 확장해 '성착취 범죄(sex extortion)'라는 새로운 법적 개념을 도입해 온라인 성착취 범죄자를 처벌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을 제작하면 초범이어도 최소 형량 15년에서 최대 30년까지 선고한다.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을 전송, 배포, 복사, 광고, 판매하거나 판매를 목적으로 소지하면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 벌금형을 병과한다. 단순 소지하거나 시청 목적으로 접근하기만 해도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을 부과받고 병과 또한 가능하다.

시민단체들은 △이용자 전원을 공범으로 처벌할 것 △범죄 수익 몰수·추징금, 배상금 부과 등도 주장했다. 이들은 "곧 출소를 앞둔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와 고작 징역 1년을 선고받은 n번방 승계자 역시 성착취를 사업으로 시작했다"며 "조주빈 이전의 수많은 가해자들을 너그러이 방면해온 검찰과 법원이 성착취 네트워크를 유지시킨 강력한 원인이다. 검찰과 법원, 사회가 그를 어떻게 처벌할지에 앞으로가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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