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1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경북 경주에서는 미래통합당이 후보등록 하루 전까지 당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다. 통합당이 지역 민심을 볼모로 자기 사람 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9일 포항과 경주를 비롯한 전국의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을 통해 포항 남울릉은 김병욱, 포항 북은 김정재, 경주는 박병훈 후보가 내정됐다.
각 지역마다 2~3명의 후보를 추려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경선을 실시했기 때문에 경선 결과는 당의 공천으로 확정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주말을 거치면서 판세가 요동쳤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를 중심으로 선택된 후보에 대한 각종 음해와 투서가 이어졌고, 결국 포항 북구와 경주 등은 후보 결정이 미뤄진 것이다.
통합당 공관위는 재심을 통해 각종 의혹을 다시 살펴봤지만 후보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지난 24일 기존 명단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합당 최고위원회가 다시 비틀었다. 최고위가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경주를 비롯한 4개 지역에 대해 공심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비토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는 지난 24일 저녁 최고위를 소집했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25일 오전 다시 회의를 여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결국 통합당은 경주의 경우 경선에서 탈락했던 현역 김석기 의원과 김원길 예비후보를 상대로 이날 오후부터 다시 여론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26일 시작되는 후보 등록을 앞두고 경북이 텃밭인 통합당이 후보를 제때 결정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공천 파동의 중심에는 황교안 대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확실한 '친황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친황 인사들로 공천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앞서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에도 개입하면서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일고 있다.
지역 민심을 무시한 채 노골적인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 된 통합당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 경주시민은 "여론조사를 거친 후보를 자기 마음에 안 든다며 뒤집는 것은 일반인들도 해서 안되는 최악의 행태"라며 "통합당이 경주시민들의 사랑을 이용해 온갖 작태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주에 출마한 정의당 권영국 예비후보도 25일 논평을 내고 미래통합당을 비판했다.
권 후보는 "꼼수정당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에 개입해 후보 명단을 수정했던 미래통합당이 또 다시 경주지역 후보를 친황 인사로 전략공천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이번 통합당 공천은 지역 정치를 중앙 정치에 귀속시키는 구태이자 지역민을 무시하는 행태로 미래통합당의 오만함과 반칙이 오롯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경주 선거구 후보로 1차 경선에서 탈락했던 김원길 예비후보를 단수 추천해 사실상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