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유통 플랫폼도 책임"…책임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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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텔레그램에서만 일어나지 않아…플랫폼 사업자에 AI필터링 의무화"
성착취영상물 삭제 조치 소극적 플랫폼 사업자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민‧형사 의무 강화 입법 봇물
일각에선 "플랫폼의 전면적 모니터링 의무, 플랫폼 사용자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그래픽=안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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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영상물을 공유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인 'N번방'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며 운영자와 참여자에 대한 처벌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성착취영상물이 유통되는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착취영상물 공유 등 디지털 성범죄가 이번에 문제가 된 텔레그램 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 "디지털성범죄, 유통 플랫폼 운영자도 규제해야"


23일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 참여한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리셋(Project ReSET)'의 대표는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해 △구속수사 의무화 △사이버성폭력 수사인력 증원 △불법촬영물 촬영대상자의 삭제 요구 거부에 대한 처벌 등과 함께 플랫폼 사업자에게 AI(인공지능)을 이용한 성범죄영상 필터링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성 3678명을 상대로 진행한 '서울 여성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 및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책으로 △가해자 처벌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78.5%) △디지털 성범죄 및 온라인 이용 시민교육(57.3%) △피해 감시 모니터링 및 단속(50.2%)와 함께 유통 플랫폼 운영자 규제(35.2%)를 꼽았다.

◇ 여야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 한 목소리…입법 봇물

국회의사당.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런 목소리에 힘 입어 성착취영상물 등 불법촬영물 유통과 거래를 방조하거나 삭제 조치에 소극적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민‧형사적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는 23일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벅죄로 처벌 △상습범 가중처벌·불법 촬영물 다운로드 시 처벌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의 내용이 담긴 'N번방 성폭력 재발금지 3법'을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의 제작자·유포자·소비자 처벌 △ 피해자가 특정되는 촬영물과 재범에 대한 가중처벌 △ 불법 촬영물이 유통되는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 강화 등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래통합당 송희경 의원은 불법촬영물 제작자와 유포자, 구매 및 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불법촬영물의 유통 거래를 방조하거나 삭제조치에 소극적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동의하에 촬영된 성적촬영물이라도 영리목적으로 유포를 금지하고 단순 소지에 대한 처벌을 신설하는 내용의 입법을 약속했다. 아울러 SNS와 포털 등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불법촬영물 유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불법촬영물을 발견한 뒤 △즉시 삭제 △전송방지 △중단 등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처벌받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플랫폼, 불법동영상 관리책임 있지만 법적책임 지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


(그래픽=연합뉴스)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유통 플랫폼 사업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일각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관리에 대한 과도한 법적 의무를 지울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일반적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할 경우 사업자들이 플랫폼 이용자들이 주고받는 정보를 상시적으로 감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이용자 통신비밀 및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오픈넷 김가연 변호사는 "플랫폼에 불법동영상을 모니터링 해 선제적으로 삭제하는 의무를 지울 경우 사기업들이 사용자들의 플랫폼 사용 내역을 모니터링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며 "피해신고 접수 등 자사 플랫폼을 통해 불법콘텐츠가 공유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플랫폼 사업자들이 그것을 책임지는 것과 선제적으로 관리할 법적인 의무를 지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불법콘텐츠 유포를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법적 책임을 지우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텍스트 필터링도 100% 되지 않는 상황이고 동영상 필터링은 현재 기술로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정부기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사업자도 음란물 모니터링을 일일이 사람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적 조치를 취하라'고 모호한 문구로 책임을 더 지우는 것은 기업들에게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법에 유사한 규제(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전송을 방지·중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처벌)가 있지만 무조건 처벌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지난 2015년 검찰은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카카오 이석우 전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카카오그룹이 법령을 위반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 전 대표가 이 사건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변호사는 "N번방은 플랫폼을 악용하는 일부 이용자들의 문제이고 플랫폼들도 자사 플랫폼이 불법 채널로 활용되는 상황을 방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디지털성범죄, 아동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나 양형기준 개선 등 범죄 가담자의 처벌 강화에 집중해야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 강화는 선제 조치들이 이뤄진 뒤 신중하게 다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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