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괴물을 만들기도, 치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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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외화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감독 안드레 외브레달)

(사진=조이앤시네마,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호러' 장르는 괴물, 귀신 등 미지의 존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 내지 사회에 자리 잡은 어둠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어둠의 존재에 맞서고 물리치는 과정에서 인간성의 회복을 보이기도 한다. 그게 호러 이야기가 갖는 힘이다.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감독 안드레 외브레달)은 마을의 폐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을 펼치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판타지를 다룬 영화다.

'크림슨 피크',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 고딕 호러의 대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해 일찌감치 호러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제인 도'(2016) 등 공포 영화로 두각을 드러낸 안드레 외브레달이 감독을 맡아 영화를 완성했다.

1981년 출간한 앨빈 슈워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는데, 원작은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무섭고 기괴스러워 금지된 서적'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특히 원작 속 스티븐 갬멜의 일러스트는 상상력을 부추기며 스산함을 더한다. 영화는 갬멜의 삽화를 충실하게 구현하며 괴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1968년이 배경인 영화에서는 리처드 닉슨과 허버트 H. 험프리 당시 대통령 후보의 모습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의 모습이 담긴 뉴스가 반복된다. 이러한 노출은 마치 미국과 벨로스 가문이 닮은꼴처럼 보이게끔 만든다.

원작 소설 속 스티븐 갬멜의 일러스트. (사진=조이앤시네마,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속 작은 마을 밀 밸리에서 사라 벨로스(캐슬린 폴라드)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마녀로 여겨진다. 사실 사라를 마녀로 만든 건 그의 가족이다. 벨로스 집안은 제지공장이 가진 비밀을 감추기 위해 사라를 고문하고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 공장의 진실을 감추는 과정에서 조작된 소문은 사라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다.

미국이 베트남에 군사적 간섭을 하기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한 것처럼 벨로스 집안은 아이들의 죽음을 덮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한다. 그리고 현실도, 영화도 조작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 진실을 알리려는 누군가에 의해 말이다.

극 중 주인공인 멕시코인 라몬 모랄레스(마이클 가르자)를 향해 백인들은 조롱을 던진다. 백인 경찰은 그의 진술이 갖는 사실 여부를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멕시코를 향해 장벽을 세우고 그들을 배척하는 현재의 미국과 다를 바 없이 다가온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이들이 '유령의 집'으로 불리는 폐가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이 괴물보다 더 무섭다. 괴물보다 더 잔혹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 그리고 한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 낸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 현실이 더 무섭고 잔인하게 느껴진다.

청소년들의 모험담을 통해 영화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멈추지도 말 것을 강조한다. 또한 이야기가 분노를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 '스케어리 스토리'라는 책에 사라의 상처와 분노가 표현된 것과 동시에 사라의 원한을 치유할 힘이 담겨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조명과 사운드, 기괴한 괴물의 모습과 그들의 갑작스러운 등장 등으로 관객을 섬뜩하게 만든다. 다만 문화적 차이로 인해 공포에 대한 정서가 달라 괴물들의 모습이 우리가 어릴 적부터 접해 온 '귀신'이라는 존재보다는 덜 두렵게 다가올 수도 있다.

영화에서는 내가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대상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찾아온다. 과연 내가 주인공인 무서운 이야기가 쓰인다면 나를 찾아올 괴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3월 25일 개봉, 108분 상영,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조이앤시네마,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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