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대신증권피해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라임자산운용사건 엄정수사 촉구하고 있다. (사진=자/자료사진)
피해액이 2조원에 달하는 이른바 '라임 사태'가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라임)이 무자본 M&A 방식으로 기업사냥을 벌였다는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쯤 800억대 리드 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중 라임 관련 주요핵심 범죄가 연관됐다는 점을 파악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0월말 특경법상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리드 박모 부회장 등 6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관련 범죄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이 제공한 공소장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2016년 7월 자신이 20.67%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 윤활유 제조·판매사 A사를 내세워 특별한 자본없이 차입금 등으로 110억원에 리드 주식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이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지만 박 부회장은 A사 출자를 가장한 투자조합을 설립한 뒤 유상증자를 통해 리드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박 부회장은 A사가 아닌 전혀 다른 회사들로부터 돈을 여기저기 끌어다 썼다. 이후 리드를 장악한 박 부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빌린 대금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작 A사 자금은 사용하지 않고 '남의 돈'으로 회사를 장악한 셈이다. 박 부회장은 이후 리드 회사 돈을 빼돌려 대금을 갚는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때 2만원대였던 리드 주가는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가 검찰 기소 이후 거래정지됐다. 금융권 등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전형적인 무자본 M&A수법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서 라임이 등장한다. 라임은 2017년 7월 코스닥 상장사 B사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400억을 투자한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라임은 B사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리드를 인수한 A사에게 약 100억원의 투자신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A사가 리드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던 시기였다.
이를 두고 실질적으로 라임이 A사를 통해 리드를 소유하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소된 리드의 전직 직원 강모씨는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라임 이종필 전 부사장이 리드의 실질적 주인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은 급히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이듬해에도 라임이 등장한다.
리드는 2018년 5월 5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대규모 투자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C회사가 전액인수하는 것처럼 등장했지만 실제로는 라임이 250억 상당의 CB를 인수하는 등 여러 기관이 금액을 나눠 사갔다.
이후 해당 금액은 A사의 리드 인수때와 마찬가지로 각종 대금지급에 사용됐다.
105억원은 사채업자로부터 차입한 돈을 변제하기 위해 쓰였고, 190억은 또 다른 회사에 출자지분을 양수한 대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됐다.
검찰은 이중 상당 금액이 도주한 이 전 부사장이 차명으로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흘러들어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라임에서 흘러나온 돈이 상당 부분 다시 라임 관련 회사로 돌아갔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리드는 CB를 발행하며 회사 운영자금 및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등으로 활용한다고 금융감독원에 거짓으로 공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밖에 이 전 부사장 등이 여러 투자기업들의 채권 등을 인수하면서 불법 수수료를 챙긴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전 부사장 등은 리드 CB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십수억대 수수료와 각종 명품가방과 시계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