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가 중국산? 가짜뉴스에 지구촌 '휴지 사재기'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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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안해도 된다"는 당부에도 '화장지 대란'
가짜뉴스에도 마스크도 아닌 화장지 사재기, 왜?
나도 집단에 속해야 한다는 '군중심리' 기반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형 매장에서 이용객들이 휴지를 카트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자 전세계적으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품귀 현상을 빚는 동시에 일부에서는 화장지 사재기 광풍이 불고 있다. 사재기를 조장하는 뜬소문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 탓인데 '화장지 게이트'의 실상을 파헤쳐봤다.

'화장지 사재기' 현상은 지난달 초 홍콩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17일 복면을 쓴 남자 3명이 화장지를 옮기던 한 마트 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휴지 600개를 훔쳐간 사건이 벌어졌다.

일본의 한 소형 마트에서는 '두루마리 화장지, 키친타올 한 가족 당 한개씩'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었다. 다른 마트와 약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며 한때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이 사재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베 일본 총리는 "화장지 부족 사태는 없다. 일본에 재고가 충분한 상태"라며 공개적으로 사태 진화에 나섰다. 태평양 아래 호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 총리가 국민들에게 "패닉에 빠져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진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을 보이던 지난달 초 국내에서도 마스크에 이어 휴지도 동날 수 있다며 불안을 표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스크를 생산하느라 종이를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화장지를 만들 원자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글들을 잇따라 올라왔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중국을 휩쓸면서 재생지 입고가 늦어져 국내 한 화장지 제조사에서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그럴 듯한 내용의 글이 퍼지기도 했다.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이런 내용들은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우선 마스크와 화장지는 생산 원료부터 다르다. 화장지는 펄프로 생산되는 반면, 보건용 마스크는 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중국 본토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도 틀렸다. 대부분의 화장지는 각국에서 자체 생산된다. 일본은 98%의 화장지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고, 미국과 호주도 80% 이상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국내 화장지 시장 점유율 1위의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마다 다르지만 화장지 천연펄프를 사용하기에 재생지 비율이 낮다. 입고가 지연되는 일도 없고 국내 수급은 원활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SNS 특성상 한번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 시작하면 바로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더구나 기성 언론을 통해 텅빈 선반과 카트에 가득 담긴 물건들의 모습이 전해지면서 사재기에 동참해야 한다는 군중심리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소비 심리학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SNS와 뉴스 보도를 접한 사람들이 군중심리에 따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나만 빠지면 안 된다'는 뜻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과도 유사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 니티카 가그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이 사람이 물건을 사고 내 이웃도 산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니 나도 그 무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정보 부족이 예측 불가능한 재난 앞에서 '나만 일단 살고 보자'는 식의 이기주의로 발현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염병이라는 불확실한 상태에서 당국의 정보를 믿지 못하는 이들이 나만 살고 보겠다는 개인주의로 이어지게 된다. SNS에서 도는 정보들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심리가 군중심리로 돌아서버리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회는 혼란스러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생필품 사재기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는데 언론도 텅 빈 진열대를 보여주며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보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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