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비례연합당 없으면 文대통령 탄핵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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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추진' 정치적 공세 VS 공포 마케팅
국회의원 200명 동의해야 탄핵소추 가능

임기 절반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4·15 총선 결과에 따라 탄핵될 가능성이 있다는 살벌한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정략적 선동이 가미된 억측으로 보이지만, 이 언급이 왜 등장했고, 누가 이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딥뉴스]에서 따져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자료사진=윤창원기자)

 

◇ 민주연구원 "탄핵 추진 막는 유일한 길"

가장 눈에 띄는 언급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보고서에서 나왔다. 연구원이 지난달 24일 작성한 '21대 총선 비례정당 관련 상황 전망·민주당 대응전략 제언'이라는 대외비 보고서에는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온다.

"촛불혁명 세력의 비례후보 단일화를 통해 탄핵세력이 1당이 돼 탄핵을 추진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유일한 길은 촛불혁명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이 힘을 모으는 것이고 이제 시민사회가 우리 당에 제안한 비례후보 연합정당 참여를 당내에서 진지하게 공론화할 때다"

진보진영 비례 연합정당에 민주당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로 '탄핵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총선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시민사회 주도로 출범한 '선거연합정당', '시민을위하여당' 등에 참여할지 고심중이다.

이 보고서가 특히 주목받는 건 민주연구원을 이끄는 양정철 원장이 문재인 정부 핵심 실세로 꼽혀왔다는 점에서다. 양 원장은 취임 당시 연구원을 '총선 병참기지'로 만들겠다고 자처했다. 당 지도부는 해당 보고서를 보고 받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런 주장이 새삼스럽진 않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 등 진보진영 일각에선 꾸준히 퍼졌던 얘기였다. 소셜미디어에는 '탄핵이 통합당 총선공약'이라는 등의 가짜뉴스가 퍼지기도 했다. 사석에서 탄핵을 거론하는 민주당 의원도 적잖았다.

지난해 8월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경제정책 간담회에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윤창원기자)

 

◇ 대통령 탄핵, 어떻게 이뤄지나

탄핵이 정말 가능하긴 할까?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맡지만 재판 청구여부는 국회 판단을 거쳐야 한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헌법 제65조 1항)"

다만 정권이 너무 쉽게 찬탈 되지 못하도록 규정을 까다롭게 제한해 놨다. 사실상 여야를 가리지 않고 상당수가 탄핵에 동의해야 소추안을 넘길 수 있게 설계한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제65조 2항)"

그럼에도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인용됐던 사례가 불과 3년 전에 있었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현재까지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일무이한 사례다.

소추안 표결은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가 7표 나왔었다. 당시 야당과 무소속 의원이 172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62표가량이 탄핵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중대한 헌법위반이 발견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김관영 무소속 의원은 우상호·박지원·노회찬 의원 등 171명과 발의한 탄핵소추안 제안 취지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최순실 등 비선조직을 통해 공무원 인사를 포함한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이들에게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각종 정책 및 인사자료를 유출하여 최순실 등이 경제, 금융, 문화, 산업 전반에서 국정을 농단하게 하고, 이들의 사익추구를 위해서 국가권력이 동원되는 것을 방조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고 국민주권주의, 대의민주주의, 법치국가원리, 직업공무원제 및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여 우리 헌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에 해당하는바, 박 대통령의 파면이 필요할 정도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16. 12. 9 CBS노컷뉴스 : [전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

이런 판단이 대다수 국회의원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개입이 태블릿PC 등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고 검찰과 특검 수사로 물증이 확보돼 공소제기까지 이뤄졌던 점이 있었다. 매주 시민 수백만명(주최 측 추산)씩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박근혜 탄핵'을 외쳤던 것도 한몫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현 정권에 적용할 수 있나

그렇다면 이 규정을 현 정부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탄핵을 주장하는 쪽이 줄곧 청와대 권력남용 사례로 거론하는 사건은 크게 3가지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경찰 하명수사를 통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 등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과정에서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점도 항간에 탄핵 사유로 꼽히고 있다. 지난달 4일 '코로나 사태'를 내세워 문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던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 달 만에 150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역대 2번째다.

그러나 이런 사유만으로는 실제 탄핵까지 이르긴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의 의혹사건은 정권 핵심부와의 연관성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여론도 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이 폭발적으로 들끓지는 않는 모습이다. 탄핵 촉구 청원에 대응해서 탄핵 반대 청원도 올라왔는데 10일 오후 8시 기준 130만명을 넘어섰다. 대통령 지지율도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에 반발한 시민 수백만명이 태극기 들고 광장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 규모가 최근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통합당에서도 탄핵 논의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있다. 김용태 의원은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탄핵은 국회나 특정 정당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이나 특정 정당이 국회가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전혀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정훈 기자(김현정 앵커 대신 진행)와 대담 중인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사진=CBS)

 

◇ 정치인들은 다 계획이 있구나

이처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 탄핵이 불쑥 거론된 건 왜일까?

일부 극우 인사를 제외하면 제도 정치권에서 언급된 최초의 의미 있는 발언은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에게서 나왔다. 지난달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심 원내대표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를 법무부가 방해했다고 따져 묻다 이렇게 말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서 저희들이 제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시 청와대가 몸통이라는 게 드러나면 저희들은 탄핵을 추진하겠다라는 것입니다"

'총선 뒤 탄핵 추진'이라는 정치적 카드를 꺼내 들어 여당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가 몸통으로 드러날 경우'라는 가정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실제 탄핵을 시도하지 않거나 좌절될 경우에도 책임을 피할 여지를 남겼다.

진보진영 일각에선 이런 심 원내대표 발언을 '공포 분위기' 조성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에서 대통령 탄핵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정국 운영에 부담되기 때문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지만, 비례연합당 참여를 주장하기 위한 선동이란 주장도 안팎에서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탄핵까지 가겠습니까. 그런 얘기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탄핵 무서워서 (비례당 참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만약 국민들이 탄핵해야 한다고 들불처럼 일어나면 탄핵 돼야겠지만, 이건 본질이 아닙니다" 반면 통합당에서는 "탄핵할 짓을 하긴 했나 봅니다(초선 의원)"라는 냉소도 나온다.

결국 양쪽에서 내놓은 '탄핵' 언급은 각기 다른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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