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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꼼수 vs 꼼수'…그런데 위성정당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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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비례대표' 대폭 축소되는 '선거제 개편안'이 '꼼수'의 발단
미래통합당, 제도 허점 노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먼저 출범
다급해진 민주당…시민단체에서 만든 '비례대표 정당'에 참여 고심중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인공위성은 들어봤어도, 아니 위성 도시는 들어봤어도 위성정당은 처음 들어보셨죠? 4.15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요즘 정치권의 가장 핫한 이슈가 위성정당입니다.

위성정당은 '새끼 정당'이라고 보면 됩니다. '엄마 정당'이 낳은 그런 정당 말입니다. 대표적인 정당이 미래한국당입니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舊 자유한국당)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위성 정당입니다. 통합당 의원들의 일부가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들만 출마시키려는 심산입니다. 그래서 미래한국당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라고 부릅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의 출현은 사실상 헌정사상 처음입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번거롭게, 또 헷갈리게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처리된 선거제 개편안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개편안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제 개편안은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게 핵심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그 정당의 의석을 보장해주는 제도인데요, 말이 어려우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내가 사는 지역을 담당하는 국회의원과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 것은 아시겠지요?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 정당 득표율이 됩니다.)

예를들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50명 배출한 A 당이 정당 득표율은 40%를 받았다고 가정해봅시다. 정당 득표율이 40%라는 얘기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에 40%(120명)를 A정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얘긴데, 연동률이 50%니까 120명의 절반인 60명만 가져가게 됩니다. 연동율이 100%라면 120명을 가져가겠지만 말이죠. 그러니까 A정당에서 국회정원의 40%의 절반, 즉 60명의 국회의원이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지역구 당선인이 50명밖에 안 되니까, 나머지 10명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몫으로 가져가라는 겁니다. 이게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 원리입니다.

대표적으로 독일 같은 나라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 양당이 정당 득표율에 비해 너무 많은 의원을 차지하는 반면, 돈 없고 조직 없는 정의당 같은 군소정당들은 정당 득표율은 비교적 높은 편인데 지역구 당선자가 적어 국회의원 수가 적은 현 상황의 문제를 보완하자는 취지입니다.

(사진=자료사진)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구성이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 비례대표 의원이 47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비례대표 의원이 너무 적다 보니,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온전히 반영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당만 39개 넘는데, 각 당에서 2명씩만 보전 받아야 한다고 해도, 78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당시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정당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30명으로 제한했습니다. 다시 말해, 47명 중 30명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17명은 현행(각 정당의 득표율 비율대로 배분)대로 하자는 거죠.

여기까지 이해하셨다면, 이제 왜 위성정당이 나오는지, 그리고 위성정당이 꼼수라고 비판받는 이유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제도는 상대적으로 거대 정당들에게 불리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가 적고 정당 득표율이 높은 정당에게 유리한데, 거대 정당들은 지역구 당선인을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죠.

가령,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123명, 당시 새누리당 122명이 각각 지역구에서 당선됐지만, 정의당은 6명밖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당 득표율은 민주당 25.5%, 새누리당 33.5%, 정의당은 7.2%였죠. 이번 선거제 개편안의 룰을 적용하자면,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원을 단 한명도 못 가져 갑니다. 대신, 정의당은 4명 이상 보전받아야 하죠.

거대 정당들은 이런 식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는 꼼수를 짜냈습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고 그 당으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몰아주면, 그 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0명이기 때문에 정당 득표율을 얻는 족족 비례대표 의원 몫을 얻어가게 됩니다. 지금 미래통합당에서 지역구 후보자만 출마시키고, 비례대표 후보자는 미래한국당으로 내보내겠다는 계획이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두 당은 선거가 끝나면 합쳐지고, 미래한국당은 소명을 다하고 사라지게 될 겁니다.

거대 정당이 국회의원을 독점하는 현상을 막자고 만들어놓은 법인데, 위성정당을 만들어버리면, 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의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동안 미래한국당을 '위헌 정당', '꼼수 정당'이라고 온갖 독설을 퍼부어놓고, 이제 와서 비례대표 정당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의 방식은 통합당과 조금 다릅니다. 비례대표 정당을 본인들이 직접 만들지 않고, 재야인사들과 시민단체들이 만들어 놓은 비례대표 정당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시민단체 중심으로 만들어진 비례대표용 '선거연합당'에 참여하게 된다면, 민주당에서 지역구 후보자만 출마시키고,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선거연합당으로 보내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이 직접 위성정당을 만들지만 않았지, 통합당의 행태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아직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만, 참여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하승수 변호사(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이나 시민단체들의 논리는 딱 하납니다. 통합당의 꼼수에 대응하겠다는 겁니다. 통합당이 제도의 허점을 노려 많은 국회의원을 차지하고 국회에서 제1정당을 차지하게 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게 유일한 목표라는 겁니다.

(국회에서 제1정당이 되면, 관례적으로 국회의장직을 가져가게 됩니다. 국회의장은 모든 법안의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국회 본회의 개최에 대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러나 지금 벌이는 행태를 보면 민주당의 정지척 이해관계야 어찌됐든 꼼수에 결국 꼼수로 맞서는 모양새가 됩니다. 그렇게되면 통합당의 꼼수를 비판하던 민주당도 결국은 꼼수를 쓰고 있다는 '내로남불'이란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정의당이나 녹생당 등 선거연합당 참여를 제안받은 군소정당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3일 의원총회 발언 중)
"언젠가 사라져야 할 최악의 제1야당이 꼼수를 부린다고 해서, 똑같이 꼼수로 대응해서는 우리 정치의 희망은 없습니다. 당장의 이익에 눈멀고, 불안감에 기대어 꼼수를 부리기보다, 국민을 믿고 당당히 진보개혁의 길을 가야 합니다."

녹색당 전국운영위원회와 선거대책본부 입장
"녹색당은 정치전략적 목적의 명분 없는 선거연합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선거연합당 참여 여부는 이번주나 다음주 초쯤에는 결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선택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스스로 만든 제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선택을 할지, 아니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강호(江湖)의 도리를 다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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