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누웨마루 거리(사진 왼쪽)와 불법체류 중국인의 자진 출국 신고가 잇따르는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사진=고상현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가 중단된 지 한 달째를 맞는 가운데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한편에선 무사증으로 불법체류를 했던 중국인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코로나19 여파…중국인 관광객 발길 '뚝'3일 제주도와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월부터 지난 1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355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만3078명이 들어온 것과 비교하면 94% 줄어들었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사실상 끊긴 것이다.
제주와 중국을 오가는 18개 직항 노선 운항도 제주 무사증 입국 중단 조치와 코로나19 확산세로 현재 2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이마저도 도내 중국인을 수송하기 위한 임시운항 성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면서 관광 업계는 때아닌 한파를 맞고 있다. 숙박업소, 식당, 면세점 등의 주요 손님이 중국인 관광객이기 때문이다.
도내 관광업체 1071곳이 속한 제주관광협회 부동석 회장은 "업체 대부분이 현재 손님이 없다 보니 가게 문만 열어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무급휴가를 보내는 업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상황이 한두 달만 지속하면 폐업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보여 제주 관광업계 초유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님이 끊긴 누웨마루 거리 내 한 상점. (사진=고상현 기자)
실제로 평소 중국인으로 붐볐던 '제주 속 작은 중국' 제주시 연동 누웨마루 거리도 한산한 상황이다. 누웨마루 거리 인근 가게마다 손님이 없어 울상이다.
◇ 꼭꼭 숨었던 불법체류 중국인 '탈출 러시'한편에선 코로나19 확산세로 그동안 꼭꼭 숨어있던 제주지역 불법체류 중국인의 자진 출국 신청이 늘고 있다. 자진 출국할 경우 범칙금과 입국금지를 면제하는 제도를 이용해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하루 70명의 불법체류 중국인이 자진 출국 신청을 했는데, 이번 주 들어서는 매일 100명 넘는 중국인이 신청하러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일 오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는 자진 출국을 원하는 불법체류 중국인 250여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중국인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낀 채 서류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국내 확산세로 불법체류 중국인 자진출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이날 취재진과 만난 중국인 A(36‧여)씨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심리적으로 걱정된다. 중국에 가면 무료 치료나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중국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불법체류 중국인의 잇따른 자진출국 배경에는 국내 감염 확산세도 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도내 경제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를 위해 불법체류 신분으로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만한 여건이 안 되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여파로 운항이 중단됐던 제주~중국 항공기 18개 노선 중 2개 노선이 재개된 사정도 불법체류 중국인의 귀국 러시에 불길을 댕겼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제주에 1만여 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올해 6월까지 자진 출국 시 범칙금과 입국금지를 면제하는 불법체류 외국인 자진출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 거주지 관할 출입국‧외국인관서에 여권과 자진출국신고서, 출국항공권을 제출하면 자진출국확인서를 받을 수 있다. 이후에야 출국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