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3월,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 시사회 때 연인 사이라고 밝힌 홍상수 감독(왼쪽)과 배우 김민희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홍상수 감독의 신작 '도망친 여자'가 지난달 29일 폐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이자, 지난 2017년 연인 사이라고 직접 밝힌 김민희와 같이한 7번째 영화였다. 베를린영화제 수상 이후,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김민희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홍 감독 작품에 처음 출연했다.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 분)가 수원에서 할 특강 날짜를 잘못 알고 하루 일찍 내려갔다가, 우연히 화가 윤희정(김민희 분)을 만나 술을 마시고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누군가의 질문으로 춘수는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밝히고, 희정은 그런 춘수에게 실망한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2015년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시작으로 제3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영평 10선 및 남우주연상, 제9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남우주연상, 제16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대상과 여자연기자상, 제14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특별언급, 제3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탔다.
◇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두 사람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김민희는 이 영화에서 유부남인 영화감독을 사랑하게 된 배우 영희 역을 맡았다. 전작 '아가씨' 이후 홍 감독과의 불륜설에 침묵을 지키던 때 본인의 상황과 비슷한 내용의 영화에 출연해 더 높은 관심을 모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 시사회에서 홍 감독과 김민희는 커플링을 끼고 나타났고, 홍 감독은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민희와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김민희도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라며 "다가올 상황이나 놓여질 상황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민희는 이 영화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김민희는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가슴에 깊은 울림을 준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늘 이 기쁨은 감독님 덕분이다. 존경하고 사랑한다"라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또 "감독님의 대본에는 항상 재미있는 유머가 많다"라며 홍 감독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 '그 후'(2017)
'그 후'는 홍 감독이 '오, 수정!', '북촌방향'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은 흑백 영화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홍 감독은 흑백영화를 내놓은 이유에 관해 "그냥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흑백으로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답했다.
'그 후'의 주인공은 봉완 역의 권해효다. 김민희는 봉완과 헤어진 여자 자리에서 일하다가 봉완의 처 해주(조윤희 분)에게 오해받아 봉변을 당하고, 첫 출근날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 출판사 직원 아름(김민희 분) 역을 연기했다.
권해효는 제18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자연기자상을, 김민희는 제12회 아시안필름어워즈 여우주연상을 탔다. 홍 감독은 같은 영화제에서 각각 대상(영평), 감독상, 작품상을 탔고 제5회 들꽃영화상에서도 극영화 감독상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호흡을 맞춘 영화 중 흑백 영화들. 왼쪽부터 '그 후', '풀잎들', '강변호텔' (사진=각 배급사 제공)
◇ '클레어의 카메라'(2018)'클레어의 카메라'는 2017년 제70회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다. 경쟁 부문은 아니었으나, '그 후'로 칸에 초청받은 홍 감독의 영화여서 영화를 향한 관심은 높았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고등학교 파트 타임 교사이자 작가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고, 김민희, 장미희, 정진영 등이 출연한다.
프랑스 출신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다른 나라에서'(2012)에 이어 두 번째로 출연한 홍 감독 영화이다. 김민희와는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공개 후 칸영화제 평점 집계 사이트 기준 10점 만점에 6.99점을 얻어 선전했다.
◇ '풀잎들'(2018)'풀잎들'은 홍 감독의 네 번째 흑백 영화다. 도무지 이런 데 있을 것 같지 않은 골목에 자리한 커피집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그들을 관찰하고 자기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아름(김민희 분)의 이야기다. 주연 김민희와 정진영 외에도 기주봉, 서영화, 김새벽, 안재홍, 공민정, 한재이, 신석호, 김명수, 이유영, 강태우 등 출연진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풀잎들'은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됐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같은 부문에 공식 초청된 지 21년 만이다. '풀잎들'에서 지영 역을 연기한 김새벽은 제6회 들꽃영화상 조연상을 탄 바 있다.
◇ '강변호텔'(2018)'강변호텔'은 홍 감독의 23번째 장편영화이자 다섯 번째 흑백 영화다. 중년 남성 영환(기주봉 분)이 두 명의 젊은 여성(김민희-송선미 분)과 자신의 자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기주봉은 제71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제28회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 제20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자연기자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홍 감독은 로카르노영화제 청년비평가상 3등,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영평 10선, 부산영평 대상을 탔다.
◇ '도망친 여자'(2020)
올해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홍 감독의 신작이다.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서영희 분)를 따라가는 영화다. 이외에도 김민희,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한다.
베를린영화제는 "도망친 여자'는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주인공 감희가 서울 변두리에서 친구 셋을 만나는 이야기다. 홍 감독은 이런 만남을 미니멀리즘적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는 많은 부분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한한 수의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라는 심사평과 함께 홍 감독에게 은곰상 감독상을 수여했다. 홍 감독은 영어로 수상소감을 하며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혔고, 김민희와 서영화는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도망친 여자', '클레어의 카메라' (사진=각 배급사, 제작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