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집옥재 내부 (사진=연합뉴스)
경복궁 북쪽에는 다소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건물 '집옥재'(集玉齋)가 있다. 고종(재위 1863∼1907)이 옥처럼 귀한 책을 모아 서재로 활용했다는 뜻의 장소로, 2016년 작은 도서관으로 개관했다.
집옥재에 보관된 책은 오늘날 대부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다. 그중에는 중국 서적도 상당수 있는데, 고종이 수집한 책이 유독 많다.
신간 '고종, 근대 지식을 읽다'에서 윤지양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종이 중국에서 들여왔다는 서적 1천900여 종 가운데 12종을 뽑아 자세히 소개한다.
저자는 서울대 중어중문학과에서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고, 규장각이 소장한 중국 고서에 대한 해제를 쓰는 사업에 참여했다.
그는 "중국 서적은 근대 과학지식 등 서양 문물이 국내에 유입되는 중요한 통로였다"며 "집옥재 소장 중국 서적은 개화사상 형성과 구체적 실천에 일조했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선정한 도서는 서학(西學)·도학(圖學)·병학(兵學)·전사(戰史)·화보(畵譜)·소설과 필기 등 6종으로 나뉜다.
서양 학문인 서학 관련 책으로는 '광석도설'(광<石+廣>石圖說)과 '측지회도'(測地繪圖)가 있다. 광석도설은 광물학 입문서라고 할 만한 책이고, 측지회도는 지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인 측량법을 논했다.
원근법을 심도 있게 설명한 '화형도설'(畵形圖說)과 어린이용 미술 교재인 '논화천설'(論畵淺說)은 도학 관련 책이고, 보루를 축조하는 법을 논한 '영루도설'(營壘圖說)과 대포 사용 안내서인 '극로백포설'(克虜伯포<石+馬+交>說)은 병서다.
이외에도 고종은 청불전쟁과 보불전쟁에 관한 책, 중국 상하이 풍경을 담은 책 등을 수입했다. 집옥재 서가에는 이처럼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꽂혔다.
저자는 "집옥재 소장 중국본을 살펴보면서 고종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며 고종을 '망국의 군주'라고 비판하기보다는 '근대화를 추진한 군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石+馬+交>石+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