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25일 임시 폐쇄된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승무원브리핑실(IOC)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항공기내 방역 대책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질병관리본부(질본)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 승무원인 A씨는 지난 15일 오후 9시 55분 이스라엘을 출발해 16일 오후 3시 1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대한항공 KE958편에 탑승했다.
이 항공편은 이스라엘 성지순례에 참가했다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천주교 신자 등이 이용했다.
A씨는 이후 19~22일 인천-미국 로스앤젤레스(LA) 노선을 다녀 온 뒤 24일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하다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본은 A씨의 확진과 관련해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관련 사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승무원은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발열 검사 등을 통해 의심 증상을 보이면 항공기에 오를 수 없다. 따라서 현재 감염 경로는 항공기내에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는 그동안 항공기 안에서 전염병에 감염될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평가해 왔다.
항공기 내부 공기는 외부 공기가 200도로 가열된 멸균상태로 바이러스를 99% 제거하는 헤파필터를 거쳐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 기내 공기는 2~3분마다 환기되고, 승객의 머리 위에서 발 밑으로 흘러 바이러스 확산도 막는다.
또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승무원은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근무하고, 교차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기내식 서비스도 일회용품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승무원의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항공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한 승무원이 대한항공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승무원의 감염 사례가 없었는데 이제 안심할 수 없게 됐다"며 "기내 감염에 대한 공포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현재 객실승무원이 가장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예방 조치가 미흡해서 감염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이에 따라 승무원과 고객의 안전을 위해 한층 강화된 기내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항공직원연대 송민섭 부지부장은 "사스나 메르스 이후 방역에 대한 학습효과를 토대로 이번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기울여 왔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기존보다 강화된 안전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승객도 안전을 위해 꼭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