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무관중 경기 첫날. 치어리더팀 대기실이 비어 있다. (사진=박기묵 기자)
수원실내체육관에서 경기 진행을 준비하던 운영요원이 입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V-리그에서 무관 중 첫 경기에 운영 요원도 얼떨떨해 보였다. 응원단 대기실에는 관계자 단 한 명만 있었다.
"오늘 전광판, 음향 등 10명 내외의 최소 인력만 왔어요. 오늘 응원단 치어리딩 응원은 없습니다. 음악 정도만 틀 것 같아요."
응원단 출근 여부를 묻는 말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25일 오후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의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가 열릴 예정이지만 주변은 한산했다. 관중이 출입하던 정문 출입구는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원래라면 북적였을 매표소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무관중 경기 진행'이란 문구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관중 출입이 통제된 수원실내체육관 정문. 매표소도 문을 닫았다. (사진=박기묵 기자)
휑한 주차장은 무관중 경기란 것을 실감하게 했다. 원래라면 경기장과 가까운 쪽은 차량이 가득해야 하지만 오늘만큼은 누구나 VIP처럼 주차가 가능했다.
"원래대로라면 팬들이 많이 와서 주차장이 꽉 차는데 오늘은 10% 수준인 것 같아요. 그것도 여기 체육센터가 같이 있어서 거기에 온 사람들인 것 같아요"
주차를 안내하는 안전요원이 분위기를 설명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안내요원은 오늘은 확실히 차량이 없다고 전했다.
평소라면 가득 찼을 주차장에도 차량이 없다. (사진=박기묵 기자)
출입은 한 곳만 허용됐다. 선수단, 관계자, 기자 모두 이 문을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체온을 체크하고 소독제를 직접 뿌려주었다. 원하는 사람이 소독하던 방식과 달랐다. 오늘은 손 소독이 의무였다.
"평소와 다른 것은 없습니다. 다만 무관중 경기이니까 다른 곳은 다 통제하고 이곳만 열어 뒀습니다. 손 소독을 좀 더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출입구에서 사람들을 통제하던 진행요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볼일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들어올 때도 반드시 손소독제를 뿌렸다. 본인들도 종종 소독제를 뿌리며 안전에 신경 썼다.
관계자가 선수들이 연습하는 공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사진=박기묵 기자)
경기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음악 소리가 나왔지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관중석은 통제 라인으로 출입이 금지됐다.
관계자가 경기장을 돌며 소독제를 뿌렸다. 선수들이 만지는 공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들어왔다. 선수들도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는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이!!!"
한 선수가 침묵을 깨고 소리를 내며 연습을 시작했다.
"어이!!! 아이!!! 어이"
관중이 없는 경기장의 모습 (사진=박기묵 기자)
다른 선수들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관중이 없는 분위기를 깨기 위해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였다.
"오늘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의 무관중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오후 7시.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선수들은 프로배구 무관중 첫 경기를 시작했다. 유일한 관중은 취재석에 가득한 기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