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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테일'이 분석한 '기생충'의 폭발력은 의외로 심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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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
제92회 아카데미 '4관왕'과 '최초'의 기록 쓴 봉준호 감독 그리고 '기생충'
거대 스튜디오 물량 공세 속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뛴 '오스카 캠페인'
"'기생충', 빈부격차 현실 적나라하게 드러내…우리 시대 솔직하게 그리고 싶어"
"현실에 바탕을 둔 영화라 더 폭발력 가진 게 아닐까…'기생충' 오래 기억되길"
한국 영화계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아…"모험적 시도 두려워 말아야"
"마틴 스콜세지 감독, 편지 보내와…'차기작 기다린다'고 전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작품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 의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지난해 5월 칸영화제부터 이번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경사입니다. 이 모든 것이 영화사적 사건처럼 기억될 수밖에 없겠지만,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모든 스태프가 장인정신으로 만든 장면 하나하나, 그리고 그 장면에 들어가 있는 저의 고민…. 영화 자체로서 '기생충'이 오래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_봉준호 감독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과 함께 오스카 '최초'의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전 세계 관객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영화로서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로서 말이다.

지난 10일(한국 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됐다.

비(非)영어권 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수상한 역대 세 번째 작품, 역대 아시아 출신 감독 중 두 번째 감독상 수상, 아시아 영화 최초이자 비영어권 영화 중 6번째 각본상 수상, 작품상과 국제 장편영화상 최초 동시 수상 등 봉 감독과 '기생충'은 세계 영화사에 남을 대기록을 썼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영화 '기생충' 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진모 편집감독, 배우 송강호, 봉준호 감독,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배우 박명훈, 이정은, 조여정, 제작사 곽신애 대표, 박소담, 장혜진, 이선균. (사진=황진환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는 국내외 기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세계 영화사를 새로 쓴 감독과 작품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반증이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 '설국열차' 등에서도 사회 비판적 시각과 장르 영화를 결합해 대중을 사로잡았다. '기생충'에서 빈부격차와 자본주의의 민낯을 바라보는 봉 감독의 시선은 더 깊어졌고, 블랙코미디와 버무린 연출은 인종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공감대를 끌어냈다.

봉 감독은 "'괴물'이나 '설국열차'에 SF적인 요소가 많았다면 '기생충'은 동시대를 그린,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앙상블이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로 그려냈다"며 "현실에 바탕을 둔 영화라 더 폭발력을 가진 게 아닐까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가 가진 우스꽝스러운 면도 있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한 현대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씁쓸한 면이 있다"며 "관객들이 불편해 하고 싫어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영화에 당의정(糖衣錠·겉으로는 좋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가 될 수 있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입히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해 솔직하게 그리려 했다"고 덧붙였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작품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 의 봉준호 감독(오른쪽)과 배우 송강호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해외에서도 열풍을 낳은 '기생충'의 인기 요인에 관해 배우 이정은은 "미국이나 유럽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동시대적인 문제를 굉장히 재밌게, 그렇지만 심도 있게 그려낸 영화"라며 "선과 악이 없는데,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된다. 이런 관계가 인간 군상과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봉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고, 각 캐릭터에게 각자만의 드라마가 있고, 각자만의 욕망과 이유가 있다"며 "각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점, 그것이 플롯을 따라갈 때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까지 약 6개월 동안 봉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은 아카데미 홍보전인 '오스카 캠페인'을 펼쳤다. 봉 감독은 이를 '게릴라전'이라고 표현했다. 거대 스튜디오와 넷플릭스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 사이에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뛰어다녔던 까닭이다. 봉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 팀이 한 인터뷰도 600회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이다.

봉 감독과 오스카 레이스를 함께 뛴 배우 송강호는 "지난 6개월은 최고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을 보면서 타인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며 "나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위대한 예술가들을 통해 많은 걸 느낀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한국 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과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사진 아래). (사진=방송화면 캡처)

 

한국 영화 100년을 맞이한 지난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이 시작된 올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봉 감독은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내가 데뷔한 1999년 이후 20여 년간 한국 영화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동시에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 시도를 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며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주류·상업 영화)이 평행선을 이루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1980~90년대 붐을 일으킨 홍콩 영화산업이 어떻게 쇠퇴해 갔는지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그런 길을 걷지 않으려면 지금 한국영화 산업계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며 "영화가 가진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도전적인 영화를 더 많이 껴안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봉 감독은 차기작 준비에 관해서도 짤막하게 언급했다.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동안 수고했고, 나(마틴 스콜세지)도 그렇고 다들 차기작을 기다리니 조금만 쉬고 일하라고 했는데요.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몇 년 전부터 준비 중인 차기작도 '기생충'처럼 우리가 평소 해왔던 대로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찍을 예정입니다. 뚜벅뚜벅 다음 작품 준비를 위한 길을 걸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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