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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리더십…서울시향 미래 예고한 벤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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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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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취임 첫 연주…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리뷰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에도 지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은 관객으로 붐볐다. 2015년 연말 이후 공석이던 서울시향 음악감독 취임 공연이었기에 클래식 애호가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무대였다.

더구나 취임 음악회 레퍼토리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말러 교향곡 제2번이었다. '부활'이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서울시향의 새로운 시작과 힘찬 도약을 알리는 데 적합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말러 교향곡은 대규모 악기 편성과 압도적인 음향효과 때문에 음악감독 취임 공연이나 콘서트홀 개관공연 등 특별한 자리의 단골 레퍼토리다. 대개 이런 음악회에서 이 곡을 연주할 때는 연주 인원을 대폭 늘리거나 평소보다 과장된 어조로 드라마틱하게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오스모 벤스케와 서울시향은 달랐다.

우선 연주 인원만 봐도 그렇다. 현악 섹션은 제1 바이올린 16명에 더블베이스 8명 정도로, 정명훈 감독 재임 시절의 서울시향이 브람스 교향곡을 연주할 때 정도의 규모였다. 무대 뒤에서 연주하는 관악기·타악기 주자 대부분은 무대 앞뒤를 오가며 연주했다. 이는 무대 뒤 음향효과를 위해 많은 객원 연주자를 초청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합창단은 118명으로, 말러 교향곡 2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활' 합창의 웅장함을 끌어내기에는 다소 부족한 듯 보였다. 그러나 벤스케와 서울시향이 전한 감동은 부족하지 않았다. 곡이 연주되는 약 80분간이 마치 찰나처럼 느껴질 정도로 음악 흐름은 자연스러웠다.

작곡가 말러 자신의 설명에 의하면 그의 교향곡 2번 1악장은 "당신은 왜 사는가? 어찌하여 당신은 고통받는가?"라는 질문을 나타낸다.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인 셈이다. 대개 지휘자는 그 의미를 더 강조하기 위해 1악장 도입부에서 다소 과장된 어조로 음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연주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벤스케는 다소 빠른 템포로 시작해 급박한 느낌을 강조할 뿐 쓸데없는 악센트를 배제한 채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시한 지휘를 선보였다. 1악장 재현부 직전의 거대한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도 과장이나 허세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리듬을 강조한 후 곧바로 재현부를 끌어내는 벤스케 지휘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

인생의 의미에 대한 답이 제시된 5악장에서 여리게 시작하다 점차 분위기를 고조하는 합창 효과는 훌륭했다. '부활' 합창 도입부에서 합창단 단원들은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 고요하게 노래를 시작하며 긴장감 있는 합창을 선보였고, "창조된 것은 필히 사라진다!"와 "사라진 것은 부활한다!"라고 노래하는 부분에선 적극적으로 강약 대비를 살려냈다.

물론 이번 공연에서 연주 기술상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1악장 초반에 호른 주자들의 폐쇄음(오른손을 벨 속에 깊숙이 넣은 채 연주해 얻어내는 음)의 기괴한 음색이 지나치게 강조된 부분을 비롯해 전체 악기군 밸런스가 다소 흐트러진 부분이 있었고, 5악장에서는 무대 뒤 밴드와 무대 위 오케스트라 앙상블이 어긋나 다소 산만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벤스케의 온화한 리더십은 힘을 발휘했다. 지휘자 큐 사인에도 불구하고 무대 뒤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지 않자 다시금 손을 흔들어 크고 명확한 지휘 동작으로 단원들이 안심하고 연주하도록 인도하는 벤스케 지휘에서 덕장의 온화함이 느껴졌다. 결코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위기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리더,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시한 거시적인 안목을 지닌 흔들림 없는 리더의 모습이었다.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이 드러난 지휘를 지켜보며, 앞으로 서울시향이 신임 음악감독을 맞이해 새로운 오케스트라로 변모해가리라 예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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