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위원회(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국민당(가칭) 측에 해당 당명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당 측은 과거 국민의당 사례를 들어 이중잣대가 아니냐고 반발했지만 악재가 이어지면서 4·15 총선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선관위 관계자는 1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당은 '국민새정당'이라는 이름의 정당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당명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런 내용을 창당준비위원회에 안내를 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안철수신당이라는 개인의 이름을 띄운 당명을 '정당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한 데 이은 두 번째 불허 통보다.
국민당 창준위 측은 곧바로 반발하고 나섰다.
선관위가 국민새정당이 국민당 전신인 '국민의당'과는 구별된다는 판단을 내렸던 사실을 지목했다. 실제 선관위는 지난 2017년 4월 국민새정당 창당 때 "명칭이 뚜렷이 구별된다"고 답했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추진하는 가칭 국민당의 대변인인 김수민 의원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민당' 당명 불허 결정에 반발하며 기자회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당 대변인을 맡은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입장"이라며 "선관위가 청와대 눈치를 보며 스스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판단의 배경에 정치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선관위는 원칙대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새정당에서 '새' 자는 판례상 별도의 의미부여가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고, '정당'은 '당'과 같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새'를 빼고 정당을 당으로 바꾸면 결국 국민당과 당명이 같게 된다는 얘기다.
반면 과거 국민새정당을 국민의당과 비교할 때는 '의'라는 조사가 추가됐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의'는 그 자체로는 의미를 갖지 않는 조사지만 '국민'이라는 명사가 그 뒤에 나오는 단어를 소유한다는 뜻을 부여한다는 논리다. 강조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국민당 측은 "자의적 해석이 아니냐"며 납득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다음 날인 14일 오전 중앙선관위로 항의 방문을 갈 방침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계속된 악재로 총선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23일로 계획했던 중앙당 창당도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안철수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또 국민당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놨던 수백명의 입당원서를 새 당명에 맞춰 다시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쓰던 '국민의당'도 선택지 중 하나다. 김수민 대변인은 "당명을 지을 때 검토했던 다른 대안을 다시 꺼내 새 당명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물론 어디까지나 가칭 당명이고, 진짜 이름은 총선 뒤 공모를 받아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상징색으로는 오렌지색을 내세웠지만 비슷한 색상을 3년째 사용했던 민중당의 항의를 받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안철수계로 분류돼 온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탈해 자유한국당에 합류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선관위는 이날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정식 등록을 허용했다.
한국당은 앞서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려 했지만 '비례'라는 단어가 정당의 정책과 신념 등을 담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관위에서 불허 통보를 받았다.
지난 6일 새로 신청한 미래한국당의 경우 '미래'라는 단어에 새로운 가치가 담겨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는 "미래한국당이 형식적인 요건을 갖췄고 기존에 등록된 다른 정당과 유사 명칭으로 볼 만한 부분이 없어서 등록 신청을 수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