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예고화면 캡처)
지난 1995년 사망한 고(故) 김성재 씨의 전 애인 김모씨가 "허위사실로 자신을 용의자로 몰아갔다"며 당시 약물분석전문가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김병철 부장판사)의 심리로 12일 처음 열린 변론기일에서 김씨 측은 A씨가 전문가의 지위를 이용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반복함으로써 김씨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씨는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약물분석전문가로 근무하며 김성재씨의 체액 관련 약물검사를 실행한 A씨를 상대로 지난해 10월 10억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A씨가 과거 김성재씨에게서 검출된 졸레틸이 '마약 대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약물이란 취지로 언급했다가 '독극물'에 해당한다고 말을 바꿔 김성재씨의 타살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을 다수 했다는 취지다.
김씨는 이미 살해 혐의로 형사재판까지 넘겨졌던 자신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확정했음에도 A씨가 여러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발언들을 이어가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당시에도 졸레틸이 (마약 대용으로) 사용된다는 증언이 있었고 그래서 그 대용 가능성이 (김씨의) 판결문에 적시되기도 했다"며 "백번 양보해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도 그 약물의 성질이 변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졸레틸이) 향정신성 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됐는데 사람에게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는 약물이라 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물학자, 전문가로서 하는 이런 말이 일반인들에게 주는 영향력이란 그냥 악플러들이 하는 말과 다르다"며 "A씨는 이렇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해당발언들을 하는 데 대해 (단순히) 약물을 설명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발언의 전체 취지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진=예고화면 캡처)
이에 A씨 측은 학자로서 견해를 말한 것일 뿐 김씨를 음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받아쳤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 입장에선 학술적 입장을 밝혔을 뿐이고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적이 없는데, 김씨를 지목해 피해를 입히는 악성댓글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며 "(김씨가 입은 피해가 있다면) A씨의 몫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의한 피해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김씨의 입장이 수사 당시와 달라진 게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김씨 본인은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때 졸레틸에 독성이 있고 (김성재씨가) 주입한 양이 치사량에 해당된다는 걸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지금 그 주장은 (현재 제기한) 소장(내용)과 모순된다"며 "졸레틸이 당시부터 암암리에 마약 대용으로 쓰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 점에 대해 확인해달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 측에게 졸레틸이 당시 마약류로 사용되고 있었다는 정황과 독극물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다음 기일에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지난 1995년 11월 서울 스위스그랜드 호텔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성재씨는 오른팔에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있었고 고인의 시신에서는 동물마취제인 졸레틸이 검출됐다. 당시 경찰은 고인의 사인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했지만 유족과 팬들은 타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심 재판부는 "살해의 뚜렷한 동기와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