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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세지 키드' 봉준호, 세계 영화사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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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 향한 존경 전해
'스콜세지 키드' 봉준호의 진화한 사회파 영화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평단 사로잡아…'살인의 추억'으로 대중까지 주목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처럼 '봉준호'만의 영화 세계 구축
'설국열차'-'옥자'-'기생충'으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3부작으로 세계 무대 우뚝
봉준호 감독의 역작이라 불리는 '기생충'으로 세계 영화사 새롭게 써

지난 10일(한국 시간)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과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사진 아래). (사진=방송화면 캡처)

 

"마티(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애칭)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사람입니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_봉준호 감독,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수상 소감 중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를 반복해서 봤던 '스콜세지 키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존경하는 거장의 애칭 '마티'를 부르며 감사함을 전했다. 가장 봉준호다운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영화사를 새롭게 써가는 봉 감독에게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박수를 보냈다.

지난 10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장편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주요 부문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총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최초 등 다양한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과 세계 영화사가 새롭게 쓰인 순간이다.

'비열한 거리'(1973), '택시 드라이버'(1976),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 등을 연출한 마틴 스콜세지는 이민자와 비주류의 사람들, 아메리칸 드림, '미국'이라는 나라의 허상과 실체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갱스터,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 버무려 나타내는 감독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들. 사진 왼쪽부터 '택시 드라이버'(1976), '카지노'(1995), '아이리시맨'(2019).

 

자신이 존경하는 거장 앞에서 그의 애칭을 부르며 수상 소감을 전한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개인의 욕망은 물론 특히 계급사회와 자본주의의 모순 등을 장르 영화의 외피를 씌워 그려냈다.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건드리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다가갔다. 익숙하게 다가오지만 결코 평범하게 그려내진 않았다.

대학 시절인 지난 1993년 단편영화 '백색인'으로 연출을 시작한 봉 감독은 졸업 작품 '지리멸렬(1994)'로 그만의 영화 세계를 선보였다.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인 '지리멸렬'은 봉 감독이 우리 사회 고질적 병폐라고 생각한 권위주의의 몰락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이후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봉 감독은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간다. 인간의 세속적 욕망과 사회의 민낯을 스릴러나 블랙코미디 등 '장르물'을 통해 영리하게 풀어내는 이른바 '봉준호 월드'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또한 '봉테일'(봉준호와 디테일의 합성어)로 불릴 정도로 사전 기획부터 촬영을 위한 콘티, 현장 지휘 등 그의 꼼꼼함은 영화 속에서 이미지로 펼쳐진다.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계단과 옥상, 아파트 등 다양한 공간과 수직의 이미지를 활용해 지식인의 비도덕적인 현실을 꼬집는다. '플란다스의 개'는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10만 명을 동원하며 관객에게는 외면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

 

이후 나온 '살인의 추억'(2003)은 작품성은 물론 대중성까지 아우르며 본격적으로 관객에게 '봉준호'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1986년부터 10차례에 걸쳐 일어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에서 봉 감독은 1980년대 말 사회상과 폭력적인 권력의 모습을 비춘다. 이때도 다양한 계단 장면을 통해 위계의 속성을 드러낸다. 영화는 5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봉 감독은 흥행 파워까지 입증했다.

글로벌 자본의 횡포와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이야기는 봉 감독의 상상력과 만나 '괴물'(2006)로 탄생한다.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설정, 괴물로 인해 딸이 납치되며 온 가족이 정부와 기업에 맞서 목숨을 걸고 나선다는 이야기는 130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국내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괴수 영화에 가족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사회적 문제를 접목해 새로운 괴수 영화 장르를 선보였다. '괴물'은 2006년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7관왕, 청룡영화상 작품상 등 7관왕의 기록을 세우며 대중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다국적 프로젝트 '설국열차'(2013)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봉준호 감독은 열차라는 수평적 이미지의 공간을 통해 계급사회와 자본주의의 이념, 양 극단으로 치닫는 빈부격차를 비판한다. 열차의 '황금 칸(앞 칸)'과 '꼬리 칸'은 그 자체로 양극화의 은유다.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옥자'(2017)로 자본주의의 탐욕스러운 모습을 지적한 봉 감독은 '기생충'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완성한다. 마치 봉 감독이 존경하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카지노'(1995), '디파티드'(2006), '아이리시맨'(2019) 등 '배신'이라는 주제를 되풀이하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한 것처럼 말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 '옥자'(2017), '기생충'(2019).

 

'기생충'은 '봉테일'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낸다. 특히 계단이 가진 이미지를 활용해 극심한 빈부격차가 만들어낸 비참한 현실, 자본주의의 부조리,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사회 불평등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자본주의 시리즈의 완결판과 같은 '기생충'을 통해 봉 감독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관객과 평단에 ‘기생충 열풍’을 일으켰다.

베니스 영화제 프로그래머 엘레나 폴라키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그만의 세계관 안에서 예상치 못한 것을 보여준다. 전작 '괴물'과 '설국열차'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더해진 듯한 느낌이다. 보는 내내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영화"라고 말했다. 봉 감독이 추구해 온 그만의 영화 세계를 그만의 방식으로 일군 결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종 '최초'의 수식어를 가져가며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존경하는 감독이자 함께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거장 마틴 스콜세지를 향해 어릴 때부터 품고 온, 그래서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거장의 한 마디를 전했다.

"어릴 때 항상 가슴에 새긴 말이 있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한 분이 바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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