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공익소송 패소비용의 필요적 감면 규정 마련' 관련 제13차 권고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공익소송에서 패소한 당사자의 소송비용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라고 권고했다.
개혁위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13차 권고안을 발표하며 "약자 및 소수자 권익을 보호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공익소송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혁위에 따르면 공익소송은 '약자 및 소수자의 권익보호, 권력기관으로부터 침해된 시민의 권리구제 등을 통해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선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송'에 해당한다.
개혁위는 현재 우리나라에 공익소송의 특성을 고려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장치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국가·행정청·지자체·대기업을 상대로 제기되는 공익소송의 경우 입증 과정이나 경제적 부담 측면에서 원고에게 불리하고 패소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도 봤다.
그러면서 "공익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그 이익은 대다수 국민에게 돌아가지만 패소한 경우 패소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과도하게 부담하게 돼 적극적으로 장려돼야 할 공익소송이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의 경우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처지에 있는 개인 등이 공익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의 소송비용 회수 시 소송의 공익적 성격에 대한 고려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5년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인 지체장애인 8명이 국가배상청구를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신안군이 패소한 원고 공동에 697여만원의 소송비용을 신청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법원은 신안군이 신청한 소송 비용 중 변호사보수를 깎은 바 있다.
이밖에 2003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 결정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211만여원의 소송비용을 납부했고, 2012년 경실련은 2011년 9월 주민 6명과 함께 한국전력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해 540만여원을 소송비용으로 냈다.
개혁위에 따르면 민사소송법은 패소한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법원이 재량으로 소송비용 전부나 일부에 대한 부담을 승소한 당사자에게도 부담하게 할 수 있으나, 공익소송이 제기된 사정은 명시적인 예외사유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
특히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는 소송비용에 관한 별도의 명문 규정이 없고 시행령에는 환수의무에 대한 예외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규칙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은 소송비용 산입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상당한 정도까지 감액 산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사건의 공익성'은 변호사 보수 감액 사유로 명시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개혁위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및 민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패소 당사자의 소송비용을 필요적으로 감면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법무부령으로도 국가소송 회수 예외 대상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절차를 규정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검찰심의위원회에서 공익소송 패소자의 의견을 제출받는 방식으로 회수 여부를 심의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했다.
법무부는 "권고안을 존중해 소송비용 감면 등 공익소송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